삼성전기가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중국 스마트폰기업들에게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공급을 확대할 기회를 잡았다.

화웨이는 최근 미국의 제재를 받아 반도체를 확보할 길이 막히면서 앞으로 스마트폰사업을 계속 꾸려가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는데 화웨이가 위축되면 삼성전기와 지속해서 거래해 온 샤오미 등 중국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어 삼성전기의 수혜가 예상된다.
 
삼성전기, 화웨이 제재로 경쟁 중국기업에 부품 공급확대 기회잡아

경계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


1일 IT매체 폰아레나는 궈밍치 톈펑국제증권 연구원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이 화웨이에 관한 반도체 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앞으로 화웨이는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이 큰 폭으로 낮아지거나 아예 스마트폰사업에서 이탈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는 화웨이의 내년 스마트폰 출하량이 5천만 대까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2019년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은 2억4천만 대 수준으로 세계 2위였다.

화웨이는 이처럼 세계 최대 스마트폰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히지만 삼성전기와 적층세라믹콘덴서 등 부품을 거래하는 규모는 적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적층세라믹콘덴서는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제품에서 전기의 저장 및 방출을 조절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부품이다. 적층세라믹콘덴서를 만드는 컴포넌트솔루션사업부가 2019년 기준 삼성전기 영업이익 68.8%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화웨이와 경쟁하는 샤오미, 오포, 비보 등 다른 중국 스마트폰기업들은 삼성전기로부터 적층세라믹콘덴서를 받고 있다. 화웨이의 위기가 삼성전기에게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의 주력 중화권 거래선은 샤오미, 오포, 비보로 화웨이에 적층세라믹콘덴서 및 카메라모듈 납품은 미미했다”며 “화웨이의 시장 점유율 하락은 삼성전기에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바라봤다.

IT매체 안드로이드헤드라인도 “화웨이가 스마트폰 생산을 중단하면 샤오미, 오포, 비보, 애플이 그 공백을 메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기는 화웨이에 관한 제재가 본격화하는 하반기부터 스마트폰용 적층세라믹콘덴서 공급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 톈진에 세운 자동차 전자장비(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 공장에서 스마트폰 등 IT기기용 제품을 생산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삼성전기는 그동안 부가가치가 높은 전장용 적층세라미콘덴서를 확대하는 데 힘썼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자동차산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수요가 불확실해졌다.

삼성전기는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톈진 신규라인은 생산 유연성이 높아 전장용이 아닌 고부가 IT기기용 제품도 생산 가능하다”며 “IT기기용이라도 추가 수요가 있으면 하반기 안에 공장 가동을 추진해 시장 수요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대응 방안에는 시장 변화에 따른 임기응변을 강조하는 경계현 사장의 방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경계현 사장은 4월 삼성전기 사내방송을 통해 코로나19를 전쟁으로 생각하고 대응할 것을 강조하며 “전시에는 상황이 시시각각 바뀌는데 그때마다 전략도 다르게 수립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기가 중국 스마트폰기업들에 적층세라믹콘덴서 등 부품 공급을 늘리는 것은 매출처를 다변화해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에 의존하는 정도를 줄인다는 의미도 있다.

삼성전기 매출 가운데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57.1%에서 2019년 47.8%, 올해 상반기 39.0% 등으로 지속해서 축소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