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조선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노르웨이의 LNG 전문 선사 골라LNG(Golar LNG)로부터 부유식 LNG설비(FLNG)의 수주를 앞두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이에 앞서 20일 해양개발 전문매체 업스트림이 “골라LNG가 익명의 조선사와 부유식 LNG설비의 건조원가를 협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골라LNG가 발주를 준비하는 부유식 LNG설비는 부유식 LNG액화·저장설비(LNG-FLSO)로 아직 국내 조선사들 가운데 건조해본 적이 없다. 설비의 건조가격이나 발주량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조선업계에서는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익명의 조선사는 삼성중공업일 것으로 본다.
골라LNG는 미국 LNG회사 델핀(Delfin)이 멕시코 만에서 진행하는 해양가스전 개발계획에 부유식 LNG설비를 발주할 선주사로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에 쓰일 부유식 LNG설비의 설계를 삼성중공업이 담당했다.
삼성중공업은 2019년 상반기까지 미국 건설회사 블랙앤비치(Black&Veatch)와 델핀의 프로젝트에 필요한 부유식 LNG설비 4기의 사전기초설계(pre-FEED)를 진행했다. 최근 이 설비의 기초설계(FEED)까지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중공업이 사전 기초설계 단계부터 프로젝트를 도맡아 온 만큼 발주처 입장에서도 삼성중공업에 우선적으로 설비 발주를 맡기는 것이 안정적이다. 건조원가 협상은 별도 입찰과정 없이 설비 건조계약을 맺기 위한 과정인 셈이다.
삼성중공업은 이 설비의 수주를 놓치지 않기 위해 건조원가 협상을 원활히 끝내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 해양플랜트가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의미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2020년 수주목표 84억 달러 가운데 해양부문 수주목표를 25억 달러로 설정했는데 최근 상황이 좋지가 않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나이지리아 봉가사우스웨스트(Bonga Southwest) 프로젝트에 쓰일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의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나이지리아 현지에 합자조선소를 보유하고 있어 로컬콘텐트법(설비의 일부 건조작업을 현지에서 현지인력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규정)을 준수하기 유리하다. 때문에 이 설비는 삼성중공업의 수주가 유력하다는 게 조선업계의 중론이었다.
그런데 앞서 7월 봉가사우스웨스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네덜란드 에너지회사 로열더치쉘(Royal Dutch Shell, 쉘)이 설비 입찰을 연말로 연기했다. 삼성중공업으로서는 올해 안에 수주할 가능성이 낮아진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에너지회사 셰브론(Chevron)이 진행하는 호주 잔스아이오(Jansz-IO) 프로젝트의 반잠수식 원유 생산설비(Semi-Submersible FPU) 수주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이 설비는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을 포함한 한국 조선3사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해양플랜트 조선사들까지 수주전에 참전한 만큼 경쟁이 심하다.
호주 브로우즈(Browse) 프로젝트, 미국 노스플라테(North Platte) 프로젝트, 캐나다 베이두노르드(Bay Du Nord) 프로젝트 등 삼성중공업이 올해 해양플랜트 수주를 노렸던 다른 해양자원개발 프로젝트들은 글로벌 저유가 기조 속에 이미 입찰이 모두 유보됐다.
이런 상황에서 골라LNG의 부유식 LNG설비는 올해 삼성중공업이 직면한 해양플랜트 수주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게다가 이 설비는 삼성중공업이 기초설계까지 마친 단 하나의 설계만으로 4기의 건조가 진행된다. 삼성중공업으로서는 반복건조 효과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일감이라는 뜻이다.
삼성중공업에게 이 설비의 수주는 신사업 진출로 LNG 생산 가치사슬(밸류체인)과 관련한 사업역량을 더욱 강화한다는 의미도 있다.
LNG 생산 가치사슬은 생산 및 전처리-액화-수송-수입 및 기화의 단계로 이뤄진다.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부유식 LNG생산·저장·하역설비 '에지나(Egina)'.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은 그동안 생산 및 전처리 단계에 특화된 부유식 LNG설비와 수송 단계에 해당하는 LNG운반선, 수입 및 기화 단계에 쓰이는 부유식 LNG저장·재기화설비(LNG-FSRU)를 통해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그런데 골라LNG가 발주를 준비하는 부유식 LNG액화·저장설비는 액화 단계에 특화된 해양플랜트다.
삼성중공업이 부유식 LNG액화·저장설비의 건조까지 성공한다면 LNG 생산 가치사슬의 모든 단계에 특화된 설비의 건조실적을 확보하는 셈이다.
여기에 필요한 기술력은 이미 보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17년 나이지리아 에지나(Egina) 프로젝트에 쓰일 부유식 LNG생산·저장·하역설비(LNG-FPSO)의 건조를 마치고 인도했다.
이 설비는 LNG 가치사슬의 생산 및 전처리과정과 액화 단계를 모두 포함하는 해양플랜트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은 LNG 가치사슬에서 액화 단계 설비까지 건조해 본 만큼 이 단계에 특화된 설비도 기술적으로는 건조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며 “기초설계도 이미 진행한 만큼 설비 건조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