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미래에셋대우 홍콩 법인을 중심으로 해외투자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로 이른바 '아시아 금융허브' 위상이 흔들리고 있지만 박 회장은 오히려 홍콩 법인을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확대하며 투자기회를 적극적으로 엿볼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금융투자업계 따르면 박 회장은 해외투자를 강화하기 위해 미래에셋대우 홍콩 법인의 자본규모를 늘리면서 힘을 싣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홍콩 법인은 최근 3억 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하면서 1년2개월여 만에 자본확충에 나섰다.
이에 따라 홍콩 법인의 연결기준 자본규모는 약 2조9천억 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홍콩 법인을 통한 글로벌사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며 “신산업 투자기회를 찾고 사업 다각화를 통한 수익 창출을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대우 홍콩 법인 회장 겸 글로벌경영전략고문(GISO)으로 활동하면서 홍콩 법인을 해외투자 거점으로 키워왔다. 홍콩 법인의 연결기준 자본규모도 2016년 3693억 원에서 2019년 2조4306억 원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최근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 결정으로 홍콩에 진출한 해외자본의 이탈 가능성이 제기됐다.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 역할을 해온 홍콩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미래에셋대우 홍콩 법인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왔다.
일본 증권사 노무라홀딩스가 2021년부터 홍콩 사무실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독일 은행 도이체방크는 신임 아시아 최고경영자의 사무실을 홍콩 대신 싱가포르에 두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회장은 특별지위 박탈에도 홍콩 금융시장이 안정적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으며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아직은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홍콩은 중국의 관문이라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서 위상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계 은행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는 홍콩 국가보안법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김수연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기업 이탈 우려에도 홍콩 금융시장은 다소 안정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도 자본 유출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보이고 있다”고 파악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대우 해외법인의 실적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새로운 투자처 찾기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 해외법인은 올해 2분기에 순이익 588억 원을 거두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보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1% 증가한 수치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순이익 1030억 원을 보여 증권사 최초로 반기 만에 해외법인 순이익이 1천억 원을 넘어섰다. 미래에셋대우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순이익 4112억 원의 25%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래에셋대우 해외법인의 순이익 규모는 2017년 348억 원, 2018년 845억 원, 2019년 1709억 원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 법인의 연간 순이익 규모가 1천억 원을 넘은 것 또한 증권사 가운데 최초였다.
하지만 올해 아직까지 새로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폴란드 브로츠와프·코난 물류센터, 프랑스 마중가타워, 인도 차량공유서비스 올라, 미국 에너지기업 블루레이서 미드스트림 등에 투자했다.
해외법인의 투자자산 규모도 2019년 3분기 6조9천 억 원, 2019년 4분기 7조5천억 원, 2020년 1분기 8조 원으로 꾸준히 늘었지만 올해 2분기에 7조9천억 원으로 소폭 줄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해외투자 활동에 제약이 있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래에셋그룹의 해외사업을 이끌고 있는 박 회장이 일감 몰아주기 혐의와 관련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우려가 해소된 만큼 해외투자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공정위는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들이 박 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미래에셋컨설팅에 부당한 이익을 몰아줬다는 결론을 내리고 제재 수위를 검토해왔다. 5월 미래에셋그룹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3억9천만 원을 부과했지만 박 회장의 검찰고발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