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연이은 빅딜, 다음은 삼성중공업인가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추진할 다음 ‘빅딜’ 대상은 삼성중공업인가?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의 화학사업에 손을 완전히 떼면서 삼성그룹의 다음 사업구조 개편 대상이 주목된다.

그동안 삼성그룹이 건설·중공업부문 개편에 착수할 것이라는 전망은 꾸준히 나왔다.

삼성물산은 최근 제일모직과 합병해 지주사로 올라섰고, 삼성엔지니어링은 3분기 1조5천억 원의 적자를 낸 뒤 일단은 유상증자로 회생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을 시도했다가 무산됐다.

◆ 삼성중공업, 결국 매각할까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석 달 동안 삼성그룹 차원의 강도 높은 경영진단을 받았다. 대규모 부실 가능성이 떠오르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경영진단 결과에 따라 조직 슬림화 등 구조개편이 이뤄졌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은 올해 2분기에 1조5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3분기 소폭 영업이익을 내면서 흑자로 전환했지만 해양플랜트 계약이 해지당하면서 4분기 또 다시 적자를 낼 가능성이 높다.

삼성중공업은 그동안 해양플랜트 부실 가능성과 기초설계능력 부족 등이 문제점으로 꼽혀왔으나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안 외에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삼성중공업이 근본적으로 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찾지 못하면 업황에 따라 부침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삼성그룹이 삼성중공업도 화학사업처럼 매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이재용 체제에서 삼성그룹이 전자와 바이오, 금융 중심으로 집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런 관측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삼성그룹 안에서 다른 사업과 시너지가 크지 않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17.61%), 삼성생명(3.38%), 삼성전기(2.38%) 등을 통해 삼성중공업 지분 24.09%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 시가총액이 2년 만에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지분가치는 고작 7천억 원대에 그친다. 삼성그룹이 매각을 결심하고 인수를 마음먹는 곳이 나온다면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 아닌 셈이다.

삼성중공업 매각을 추진하더라도 문제는 조선업황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중공업뿐 아니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가 모두 대규모 적자에 시름하고 있고 해양플랜트 부실이라는 동일한 고민도 안고 있다.

여기에 저유가로 해양플랜트 발주도 가뭄을 겪고 있는 데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선박 발주도 회복세가 더딘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2017년은 돼야 조선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렇다 보니 삼성중공업을 선뜻 인수하겠다고 나설 곳이 마땅치 않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조기에 매각한다고 해도 인수후보로 이름을 오르내리는 기업들이 모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해외로 눈길을 돌린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초대형컨테이너선, 드릴십, 가스운반선 등 다양한 선종에 대해 충분한 역량을 확보하고 있고 수주잔량만 보더라도 세계 조선소 중 3위에 올라있다.

외국기업이 글로벌 탑티어 조선사인 삼성중공업을 인수할 경우 자국의 조선산업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해군 함정을 건조하는 등 방산기업이기 때문에 해외에 매각될 경우 기술유출 등의 문제가 있지만 삼성중공업은 이런 걸림돌도 없다.

삼성중공업이 올해 7월 짧은 기간에 해양플랜트 3건을 수주하자 해외매각을 위한 준비작업이 아니냐는 말이 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일축했다. 회사 안팎에서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매각이 이뤄지기 어려울뿐더러 매각한다 해도 직원 위로금 등을 고려하면 실제로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이재용의 연이은 빅딜, 다음은 삼성중공업인가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드릴십.

◆ 삼성중공업, 한국 조선산업 해결사 노릇하나


정부가 추진하는 조선업종 구조조정도 삼성중공업의 앞날에 변수로 작용한다. 정부는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조선업 구조조정에 내심 삼성그룹의 도움을 받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9월 성동조선해양 위탁경영을 결정했다. 정식 명칭은 경영정상화 지원을 위한 경영협력협약이지만 사실상 위탁경영이다. 삼성중공업이 설계, 구매, 기술 등 생산부문을 지원하고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이 재무, 인사, 관리 등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를 통해 상선 비중을 강화하고 블록제작 외주전환, 선박수주 공동영업 등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4+3년 계약을 맺어 장기적으로 인수합병 가능성도 열어 뒀다.

하지만 이 협약은 삼성중공업이 적극적으로 추진했다기보다 국가 주도의 조선업종 구조조정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참여한 측면이 강하다.

정부가 조선 빅3를 투톱체제로 개편할 것이라는 말도 업계에서 나온다. 빅3의 수주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돼 오히려 조선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교적 수주 포트폴리오가 중복되지 않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합치는 방안이 떠오른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조선업종 구조조정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그런 말이 나온 것으로 안다”며 “현실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삼성그룹 입장에서도 조선사업을 더 크게 확장하는 것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5조 원대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삼성중공업과 합병하는 것은 무리수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삼성중공업은 성동조선해양 위탁경영도 재무적 부담을 떠안지 않는 선에서 경영지원협약을 맺는 방식으로 위험을 최소화했다. 따라서 대우조선해양과 합병한다 해도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김형근 메리츠종합금융 연구원은 “두 회사 합병은 정부가 얼마나 혜택을 주느냐에 달렸다”며 “대우조선해양 손실 문제를 해결해야 삼성중공업이 합병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중공업은 태생부터 정부의 영향력이 강했던 기업이다.

박정희 정부의 중공업육성정책에 따라 삼성그룹이 1974년 삼성중공업을 설립했고 1977년 우진조선과 대성중공업을 인수하며 조선업을 시작했다. 정부는 당시 조선소 건립이 중단된 우진조선을 인수하도록 삼성그룹을 설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