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료를 인상을 추진하면서 고심하고 있다.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금융당국과 소비자들의 여론을 의식해 기본보험료를 올리는 대신 보험특약 신설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11월 중순부터 KB매직카자동차보험 상품에 ‘대물배상 가입금액 확장특약’을 신설해 판매한다.

  대형 손해보험사, 자동차보험료 우회 인상 고심  
▲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료를 우회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뉴시스>
대물배상은 자동차 사고를 낸 운전자가 다른 사람의 차량이나 재물에 입힌 손해를 보험사가 일부 보상해주는 것이다. 가입금액 한도가 높을수록 보험사가 내주는 보상금도 늘어난다.

KB손해보험은 지금까지 대물배상 금액을 1천만 원, 3천만 원, 5천만 원, 1억 원 등의 기준에서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했다.

KB손해보험에 대물배상 가입금액 확장특약이 도입되면 모든 소비자가 1천만 원 한도의 대물배상에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된다. 소비자가 대물배상 한도를 1천만 원 이상으로 올리려면 초과금액에 대해 별도의 특약에 가입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특약에 가입하면 대물한도를 늘리는 셈이기 때문에 보험료가 소폭 오르는 것과 같다”며 “전반적으로 1~2% 정도 보험료를 인상하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도 비슷한 내용의 특약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KB손해보험이 신설한 것과 유사한 특약을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높아지자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가운데 사고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보험사들은 일반적으로 손해율 77%를 넘기면 보험영업에서 손실을 입는다고 본다.

삼성화재는 9월 기준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 81.7%를 기록했다. 현대해상(89.4%), 동부화재(89.4%), KB손해보험(92.3%), 메리츠화재보험(99.4%) 등도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형 보험사들은 최근 개인용 자동차보험의 기본 보험료를 줄줄이 인상했다. 업계 5위인 메리츠화재보험도 11월부터 개인용 자동차보험의 기본 보험료를 2.9% 올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75%를 보유한 4개 대형 보험사가 기본 보험료를 올리면 여파가 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간접적인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라며 “내년 총선도 5개월밖에 남지 않아 정치권도 대형 보험사들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