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국제유가 하락에 힘입어 분기별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전기요금체계 개편시점이 더욱 늦춰질 가능성이 나온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이 하반기에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실적 개선으로 전기요금 개편 추진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
흑자로 신재생에너지사업 재원을 마련하는 데 부담을 덜었다는 여론이 형성되면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현실화 계획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전력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흑자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전력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1분기에 영업이익 4305억 원을 내며 전년 같은 기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한 뒤 2분기에도 영업이익 3898억 원을 올려 흑자기조를 이어갔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는 한국전력의 전력판매 성수기인데 연료비 단가 하락분까지 반영돼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큰 폭의 실적 증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은 2020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59조640억 원, 영업이익 5조1630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0.7% 증가하고 영업이익을 내면서 연간 흑자로 전환하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전력의 흑자기조는 전기요금체계를 개편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의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정부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정부가 한국전력의 흑자기조를 고려해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연료비용보다 전기료가 싼 현행 전기요금체계를 현실화하겠다며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전기 사용량이 월 200kWh 이하인 저소비층에 월 4천 원 한도로 전기요금을 할인해 주는 제도인 필수사용량 보장공제제도를 폐지하거나 수정하고 심야시간대 전기요금 할인 제도인 산업용 경부하 요금도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전력을 적게 소비하는 계층이 저소득층이라고 볼 수 없어 불합리한 혜택을 실질적으로 필요한 계층에게 돌려주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은 애초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상반기에 내놓을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1분기 깜짝 흑자실적을 낸 데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가 심화하면서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전기요금체계 개편을 하반기로 연기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전력은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수혜로 단기적 실적 부담을 덜게 되었는데 반대로 전기요금제도 개편의 우선순위가 뒤로 밀릴 가능성은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흑자를 내고 있지만 대외여건 불확실성의 지속으로 경영환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전기요금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한국전력은 한전공대 설립과 한국판 뉴딜정책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확대 과제를 추진하는 데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기요금체계 개편이 절실하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경영 효율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합리적 전기요금체계 개편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