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케이블TV와 알뜰폰 시장의 점유율 1위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한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품에 안으면 단숨에 국내 방송통신시장에서 절대강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에 따라 국내 유료방송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한동안 잠잠했던 유료방송시장의 인수합병이 촉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SK텔레콤, CJ헬로비전 인수로 무얼 얻을 수 있나
30일 SK브로드밴드 노동조합은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기 위해 11월2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한다는 내용의 긴급 공지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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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
SK브로드밴드 노조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시가총액 8천억 원 규모인 CJ헬로비전을 1조5천억 원에서 2조 원 안팎의 금액으로 인수한 뒤 2016년 4월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한다.
SK브로드밴드 노조는 공지문에서 CJ헬로비전을 새 식구로 맞는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노조는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SK브로드밴드가 매출 4조 원,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750만 가구를 보유한 대형 유선사업자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라며 “단숨에 업계1위 KT와 대등한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고 밝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CJ헬로비전 인수와 관련해 “사실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CJ헬로비전 관계자도 “처음 듣는 얘기”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이사회 일정이 잡히고 인수금액까지 흘러나오는 점으로 볼 때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할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인다.
CJ헬로비전은 현재 케이블TV 가입고객 430여만 명을 확보해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IPTV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시장점유율은 KT에 이어 2위다.
이 때문에 케이블TV사업을 하지 않는 SK브로드밴드가 CJ헬로비전을 합병하면 방송통신사업에서 KT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초고속 인터넷사업의 경우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모두 견고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 두 회사가 합병하면 시장장악력이 크게 높아진다.
이는 SK텔레콤의 무선사업에도 큰 힘이 실릴 수 있다. 최근 이동통신상품과 초고속 인터넷, 유료방송 등을 결합한 서비스의 판매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SK브로드밴드의 덩치가 커지면 결합상품시장에서 SK텔레콤의 경쟁력도 그만큼 커진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가총액 8천억 원 규모인 CJ헬로비전의 예상 인수가격이 1조5천억 원에서 2조 원까지 거론되는 것은 그만큼 방송통신시장에 미칠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국내 방송통신시장, 지각변동 일까
KT와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업자와 기존 유료방송사업자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료방송 전체 1위사업자인 KT는 강력한 도전자를 만나게 된다. 'SK텔레콤 - SK브로드밴드 - CJ헬로비전'이 파격적 결합상품으로 무장할 경우 업계1위인 KT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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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석 CJ헬로비전 사장. |
케이블TV시장은 더 큰 변화가 예상된다. 점유율 2위인 티브로드의 경우 CJ헬로비전를 따라잡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케이블TV 점유율 3위 사업자인 '씨앤앰‘의 인수전이 다시 활기를 띌 가능성도 있다. 케이블TV시장이 정체돼 인수합병 외에 덩치를 키울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실제 인수한다면 씨앤앰의 인수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얼마에 인수할지가 씨앤앰 인수가격의 새로운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기존 케이블TV사업자들이 시장점유율 1위사업자인 CJ헬로비전과 격차가 더 벌어지면 안 된다는 심리도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사업자들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반대할 가능성도 크다”며 “이동통신사가 케이블TV사업자를 인수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독과점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하면 알뜰폰시장에서 SK텔레콤의 시장장악력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알뜰폰시장은 CJ헬로비전과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텔링크가 각각 점유율 1, 2위를 달리고 있는데 두 회사의 점유율을 합치면 전체 점유율의 3분의1 가량을 차지하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