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의 삼성그룹 화학 계열사 인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권 유지에 어떻게 작용할까?
신동빈 회장은 지난 7월 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삼성그룹 화학 계열사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7월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롯데그룹 사장단 회의에 8개월 만에 참석하고 있다. |
이 때문에 신 회장은 삼성그룹 화학 계열사를 인수해 롯데그룹 경영권 다지기의 발판으로 삼으려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공세를 강화하면서 삼성그룹 화학 계열사 인수가 신동빈 회장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롯데그룹의 자금동원에 대한 우려와 삼성그룹 화학 계열사 직원들의 반발이 불거지면 오히려 신동빈 회장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롯데그룹 정책본부는 이날 “이번 인수 건은 신동빈 회장의 제안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며 “신동빈 회장은 그동안 석유화학사업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여러 차례 보여왔고 이는 1990년 한국롯데의 경영에 처음 참여한 회사가 롯데케미칼이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7월 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빅딜’을 직접 제안해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주목되는 점은 신동빈 회장이 이 부회장에 제안했던 시점이 지난 7월이라는 대목이다.
신 회장은 지난 7월16일 일본 롯데홀딩스의 정기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을 장악했다.
신동빈 회장은 당시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을 받들어 한국과 일본의 롯데사업을 모두 챙기겠다”고 강조했지만 그 뒤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과 무관한 ‘쿠데타’였음이 드러났다.
이런 점에 비춰 보면 신동빈 회장은 한국과 일본 롯데 경영권 장악의 시나리오 속에 삼성그룹의 화학 계열사 인수를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 성장을 통해 한국과 일본 롯데 경영권 장악의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7월 말 신격호 총괄회장과 갈등하기 전부터 롯데케미칼의 인수합병은 구상을 끝낸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신 회장이 쿠데타를 일으키기 직전부터 롯데케미칼을 통해 한국 롯데 경영권에 대한 명분과 성과를 모두 가시화하려는 작업을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의 이런 계획대로 삼성그룹 화학 계열사 인수가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지난 22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일각에서 신동빈 회장이 삼성그룹의 화학 계열사를 인수하는 데 투입하는 자금이 너무 공격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삼성그룹 화학 계열사를 인수하는 데 모두 2조8천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SDI 케미칼 부문의 적정가치를 1조~1조1천억 원, 삼성정밀화학의 적정가치는 3400억 원 수준으로 판단된다”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최대 2조 원이 적정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대목들은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공격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중국사업에서 1조 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며 경영능력을 공격하고 있는데 이번 인수 건에 대해서도 반대를 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삼성그룹 화학 계열사 직원들도 반발도 예상된다.
삼성그룹 화학과 방산 계열사들이 한화그룹에 인수될 때도 난항을 겪어 한화그룹은 어렵게 인수를 마쳤다. 그런데 이번에 직원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삼성그룹 화학 계열사 직원들 사이에서 벌써부터 “한화가 차라리 롯데보다 낫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더욱이 롯데그룹이 경영권 분쟁으로 그룹 이미지가 실추돼 있는 점은 삼성그룹 화학 계열사 직원들 사이에서 거부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그룹 화학 계열사 직원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실력행사에 나설 경우 신동빈 회장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된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다 일본기업이라는 논란으로 가뜩이나 반 롯데 정서가 늘어난 상황에서 롯데그룹의 이미지는 더욱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