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생명보험사의 한국시장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 주인이 바뀐 데 이어 최근 라이나생명보험 매각설도 흘러나왔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하는 외국계 생명보험사의 매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라이나생명의 모회사인 미국 시그나그룹이 라이나생명 매각을 위한 수요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나생명이 바로 매각설을 부인했지만 조만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라이나생명은 1987년에 설립돼 외국계 생명보험사 가운데 가장 먼저 한국에 진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은 4조7643억 원으로 업계 20권 수준에 그치지만 순이익은 3509억 원으로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라이나생명 외에 미국계 보험사 메트라이프생명, 중국계인 ABL생명과 동양생명, 홍콩계인 AIA생명도 잊을 만하면 매각설에 휘말리고 있다.
메트라이프생명은 지난해 초 전속설계사 수를 줄이고 자회사 판매채널인 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GA)를 확대하면서 매각설에 휘말렸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중국 중국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가 두 회사의 대주주 다자보험그룹의 위탁경영을 마치자 매각설에 휩싸였다. 지금도 두 회사가 매물로 나오는 건 시간문제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AIA생명은 최근 몇 년 동안 실적이 부진한 데다 전임 사장이 돌연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지난해 말 매각설이 불거졌다.
다만 이들 모두 매각설이 불거지자마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외국계 보험사들이 잊을 만하면 매각설에 시달리는 이유로 일단 국내 보험업계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 꼽힌다. 국내 생명보험시장은 저금리·저성장·저출산 삼중고를 겪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분기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순이익 합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4%나 감소했다.
특히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은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이른바 빅3에 밀려 시장 점유율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2000년대 중반 20%도 넘었던 점유율은 현재 10%대 초반에 그친다.
여기에 보험산업에 적용되는 회계기준이 2023년 바뀌면 자본확충 부담도 커진다.
최근 몇 년 사이 보험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나빠지면서 2013년 네덜란드계 ING생명, 2016년 독일계 알리안츠생명(ABL생명), 영국계 PCA생명(미래에셋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가 잇따라 지분을 매각하며 한국시장을 떠났다.
특히 최근 푸르덴셜생명이 KB금융지주에 2조3400억 원에 매각되면서 남은 외국계 보험사들의 철수설에 불을 지피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푸르덴셜생명 매각 사례를 볼 때 지금이 가장 높은 몸값을 받을 수 있는 적기”라며 “은행 의존도를 낮추려는 대형 금융지주나 매각 차익을 거두려는 사모펀드(PEF) 사이에서 보험사 수요도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KB금융지주뿐만 아니라 국내 사모펀드 1~3위인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 등이 모두 뛰어들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