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준 하나은행장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기 전 거액의 성과급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금감원은 적절치 못한 행동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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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준 하나은행장 |
하나금융그룹은 김 행장의 징계가 결정되기 하루 전에 성과급 지급을 결정했다. 회사는 규정상 문제가 될 부분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징계를 받은 임원은 성과급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내부규정을 들어 성과급 지급의 적정성을 따질 뜻을 보이고 있다.
김종준 행장의 사임을 놓고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은 한 차례 대립을 겪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양쪽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김 행장 등 그룹 계열사 임원들에게 지난달 중순 ‘주식연동 성과급’을 지급했다. 주식연동 성과급은 각 임원이 일하고 있는 회사가 좋은 실적을 거뒀을 경우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주식을 나눠주는 인센티브 제도다.
김 행장을 비롯해 하나은행 임원 50여 명은 지난달 17일 2011년 경영 실적 관련 성과급으로 50억 원을 받았다. 지급된 금액 가운데 김 행장의 몫이 얼마였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김 행장은 바로 이날 금융감독원에게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받았다. 김 행장이 하나캐피탈 사장이던 2011년 9월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지시로 미래저축은행에 부당자금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 내규에 따르면 중징계를 받은 임원은 이사회 의결에 따라 성과급이 절반까지 깎인다. 그러나 김 행장은 성과급 지급이 결정된 시점에서 중징계가 최종 통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액을 받았다.
하나금융은 징계 전날인 지난달 16일 이번 성과급 지급을 속전속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평소보다 더 이른 시기에 성과급이 지급된 것도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한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4월 말에 주식연동 성과급을 지급했다”며 “올해는 시기를 크게 앞당겼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이번 성과급 지급이 징계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주기 시작한 주식연동 성과급은 회계연도 종료 후 4개월 안에 지급하는 식”이라며 “시기상 올해도 지난해와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김 행장에게 성과급을 지급한 것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보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김 행장은 정해진 법규에 따라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를 사전에 통보 받은 상태였다”며 “그런 시점에 성과급을 받았다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하나금융이 2011년 실적을 근거로 김 행장에게 성과급을 지급한 것에 더욱 심기가 불편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해 하나캐피탈 사장이었던 김 행장의 행적을 놓고 금융감독원이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를 내렸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하나은행 종합검사 결과에 따른 제재방안을 다음달에 내놓으면서 성과급 문제도 조사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금융감독원과 하나금융은 중징계 후 김 행장의 거취를 놓고 한차례 갈등을 겪었다. 금융감독원은 김 행장이 중징계를 받은 만큼 당연히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보았다. 반면 하나금융은 김 행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러자 금융감독원은 이례적으로 징계결과를 홈페이지에 공지하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행장의 성과급 논란이 불거지면서 양측의 갈등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