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건설과 중공업 계열사들의 실적이 심상치 않다.

건설과 중공업은 대표적인 수주산업인 ‘관리의 삼성’에 어울리지 않게 예측 불가능한 손실이 반복되며 삼성그룹의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그룹이 이재용 체제로 완전한 전환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건설과 중공업 계열사들에 대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재용, 삼성의 건설과 중공업 계열사 특별대책 세우나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29일 삼성물산 3분기 실적에 대해 일제히 우려를 나타냈다.

삼성물산은 3분기에 매출 7조8천억 원, 영업손실 2430억 원을 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에서만 3천억 원 가까운 적자가 발생했다.

삼성물산은 사우디아라비아 쿠라야 복합화력발전소 원가상승과 호주 로이힐 광산개발 프로젝트 공사지연 등 해외 사업장의 손실을 반영해 대규모 적자를 냈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건설 부문 원가율 상승을 반영해 대규모 영업적자가 났다”며 건설부문 가치를 5조7천억 원에서 2조6천억 원으로 낮춰잡았다.

강선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 이후 삼성물산의 첫 성적표는 다소 실망”이라고 평가했다.

삼성물산이 4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호주 로이힐 광산개발 프로젝트 등으로 4분기에도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삼성물산의 부진은 단순히 한 계열사의 문제로 바라보기 어렵다. 삼성물산은 많은 논란 속에 최근 합병을 마무리하고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데 삼성물산 실적이 부진하면서 향후 지배구조 개편작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 구조조정 문제를 해결하고 삼성물산 건설부문 실적이 정상화된 후에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을 비롯해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 삼성그룹의 건설·중공업부문은 3분기까지 3조3457억 원의 적자를 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1조4763억 원, 삼성중공업이 1조4372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삼성물산의 영업손실은 4322억 원으로 삼성엔지니어링이나 삼성중공업보다 적지만 만만치 않은 적자규모다.

삼성그룹 건설 및 중공업 계열사의 적자가 불어나면서 그룹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을 추진하면서 건설·중공업부문 개편을 꾀했으나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 뒤 건설·중공업 부문이 삼성그룹 개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대규모 적자로 자본잠식 위기에 빠져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1조2천억 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22%를 보유하고 있어 유상증자 과정에서 실권주 발생을 막기 위한 초과청약까지 고려하면 3천억 원 이상을 투입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중공업의 상황도 좋지 않다. 삼성중공업은 조선업 불황 속에 해양플랜트 손실로 2분기에 사상 최대 분기적자를 냈다. 지난해 그룹차원 경영진단에 조 단위 손실을 반영했는데도 또 적자를 냈다.

게다가 삼성중공업은 경영지원협약이라는 이름으로 중견조선사인 성동조선해양까지 떠맡았다. 정부 주도의 조선산업 재편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가능성도 거론된다.
 
문제는 건설·중공업 부문이 앞으로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이들은 올해 수주 실적도 나란히 부진하다. 3분기까지 삼성물산은 수주목표의 54.7%,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각각 65.3%, 45.3%밖에 수주하지 못했다.

수주실적이 향후 몇 년 동안의 실적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수주부진은 경영정상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