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연금기금의 운용규모를 허술하게 산정해 기금의 고갈시점을 제대로 예상하지 못했다는 감사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30일 내놓은 ‘국민연금 관리실태 감사결과’에서 보건복지부가 2018년 내놓은 ‘제4차 국민연금 재정추계’애서 국민연금기금 규모를 예측한 방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 서울 종로구 감사원 건물 앞 전경. <연합뉴스> |
복지부는 제4차 국민연금 재정추계를 통해 국민연금기금이 2018년 671조 원에서 2056년 145조 원으로 줄어든 뒤 2057년에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감사원이 감사한 결과 복지부는 기금투자에 관련된 수수료 등 기금운용에 필요한 필수비용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상태로 국민연금기금의 고갈시기를 예측했다.
감사원은 2018년부터 2056년까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수료 등의 필수비용을 포함해 국민연금기금 운용규모를 다시 산정했다.
그 결과 국민연금기금 규모는 2056년 기준 –89조 원으로 기존의 145조 원보다 234조 원 적은 수준일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기금 고갈이 예상되는 시점도 2057년에서 1년 당겨졌다.
복지부는 국민연금공단 관리운영비 등의 비용을 국고에서 부담하는 비중도 실제보다 많게 적용했다.
감사원은 “복지부는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국민연금의 재정수지를 계산할 때 기금 운용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와 거래비용을 반영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복지부에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놓았다.
복지부는 2018년에 4차 국민연금 운영계획을 세울 때 재정안정 여부의 평가기준인 장기 재정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복지부는 재정목표를 설정하면 급격한 보험료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장기 재정목표가 없으면 장기 자산 배분전략이나 성과평가를 진행하기 힘든 데다 재정추계 결과의 신뢰성도 떨어질 수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활동지침)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는 데 필요한 내부 판단기준과 집행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바라봤다.
국민연금공단은 투자한 회사의 과다배당에 관련된 판단기준을 마련하지 않았고 임원 선임과 관련된 의결권 행사에서도 일관성이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은 “국민연금은 과다배당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의결권 행사의 내부 판단기준을 보완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임원 선임에 관련된 의결권도 일관성 있게 행사하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민연금공단이 2018년 11월 국내주식 위탁운용사에 위탁자금을 배분하는 과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직이 징계를 받는다면 금융사 임원자격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