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증권이 각자대표이사체제로 전환해 부문별 전문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힘쓰고 있지만 기대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교보증권은 자산운용부문에 힘을 싣기 위해 올해 초 자산운용 전문가인 박봉권 사장을 각자대표로 선임했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오히려 2분기 자산운용부문 순이익은 평균치를 밑돌았다.
30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박봉권 사장이 하반기에는 코로나19 충격으로 부진했던 상반기를 만회하고 강점인 자산운용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힘쓸 것으로 보인다.
교보증권은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417억500만 원, 영업이익 543억6700만 원, 순이익 433억6800만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43.1%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50.0%, 순이익은 52.7% 늘었다.
파생상품 등을 직접 운용해 수익을 내는 자산운용부문은 코로나19 영향으로 평균보다 부진했던 반면 증시 거래대금 급증 효과로 개인투자자들에게 주식이나 펀드 등을 판매해 수익을 내는 자산관리(WM)부문은 실적 호조를 보인 데 힘입어 역대 최대 분기 순이익을 냈다.
박 사장으로서는 자산운용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아 각자대표이사에 선임된 만큼 자산운용부문의 부진한 실적을 만회해야하는 부담을 안은 셈이다.
교보증권 기업설명회(IR) 자료에 따르면 2020년 2분기 자산운용부문 순이익은 58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교보증권의 연평균 자산운용 순이익이 336억 원에 이르는 점을 놓고 보면 평균 분기 순이익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다만 교보증권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에도 불구하고 선방한 실적”이라고 말했다.
교보증권은 1분기에 코로나19에 따른 증시 급락 등 영향으로 파생상품과 관련해 헤지운용손실이 늘어 순손실 21억 원을 내기도 했다.
자산운용 및 자산관리부문을 맡고 있는 박 사장으로서는 코로나19라는 불확실성이 있었던 만큼 자산운용부문 실적 부진에 따른 책임론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지만 강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교보증권은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로 꼽히는 외부위탁운용(OCIO)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데 박 사장에겐 자산운용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가 될 수 있다.
박 사장이 1990년부터 교보생명, 국민연금 등을 거치며 자산운용 경력을 쌓은 만큼 교보증권의 자산운용부문 전문성을 높여 외부위탁운용시장 진출에 힘을 보탤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국민연금에서 일하는 동안 해년마다 성과 평가기준을 웃도는 수익률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외부위탁운용(OCIO)은 연기금 등 운용자산 규모가 큰 기관투자가가 자산배분을 목적으로 일부 자산을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 외부기관에 위탁해 운용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 외부위탁운용시장이 1천조 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는데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면 2050년까지 시장 규모가 2천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교보증권은 3월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해준, 박봉권 각자대표이사체제를 공식 출범했다.
투자금융 전문가로 꼽히는 김 사장과 자산운용부문에서 경력을 쌓은 박 사장을 각자대표로 선임해 각 부문별 전문성을 높여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김 사장은 1983년 대우증권에 입사한 뒤 대우증권 투자금융(IB) 1사업본부장, 교보증권 투자금융(IB) 본부장 등을 거쳤다.
2008년부터 교보증권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증권업계 최장수 대표이사로 꼽힌다.
박 사장은 1990년 교보생명에 입사해 2001년까지 주식과 채권운용 분야에서 일했으며 2003년 10월 국민연금에서 채권운용팀장, 위탁운용팀장, 증권운용실장을 거쳤다.
2010년 4월 교보증권 고유자산운용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2011년 교보생명 투자사업 본부장을 거쳐 2014년 말부터 교보생명 자산운용담당 부사장을 맡았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