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매출은 급감했지만 비용은 이전보다 더 많이 투입되는 상황이 기약 없이 반복되며 마사회의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사회는 6월19일부터 무관중 경마를 시행하며 한 주마다 상금 60억 원에 인건비 10억 원 등 약 70억 원의 추가비용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무관중 경마를 통해 마사회가 벌어들이는 마권 발매 매출은 한 주마다 약 2천만 원에 그친다. 일반관중 없이 마주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한 주마다 25만 명가량의 관중이 참여해 매출 1500억 원 이상을 거뒀던 점과 비교하면 현재의 매출은 0.01%선에 불과하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마사회는 2월23일부터 경마를 중단했다. 하지만 경마가 장기간 중단돼 말농가 등 말산업 전반이 어려움을 겪자 마사회는 말산업의 정상화를 위해 6월19일부터 무관중으로 경마를 진행해왔다.
마사회는 무관중 경마 중단뿐 아니라 모든 직원 무급휴직, 인력 10% 구조조정, 신입사원 채용 중단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장기간의 경마 휴장에도 마사회는 쌓아둔 유보금을 이용해 직원들의 임금을 지급하며 무급휴직을 단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영상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가장 비용 부담이 큰 인건비를 줄일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이다.
특히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중요한 평가항목인 신입사원 채용을 중단하겠다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도 내년도 경영평가보다 눈앞에 닥친 경영상의 어려움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마사회는 2018년 사업연도를 대상으로 한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미흡(D)’등급을 받았고 지난해를 대상으로 한 올해 경영평가에서는 ‘보통(C)’등급을 받는 등 경영평가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는 못했다.
그런 마사회가 채용중단까지 포함한 초강수를 검토하는 것은 정부와 국회가 온라인 마권 발매를 두고 여전히 지지부진한 태도를 보이자 관련 논의를 본격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움직임으로 파악된다.
말산업계와 마사회는 코로나19 사태로 온전히 경마를 재개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자 온라인 마권 발매를 통해 마사회의 실적 악화와 말산업의 붕괴를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김낙순 마사회 회장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업무현황보고에 참석해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김 회장은 “올해 말까지 무관중 경마가 지속되면 경마 매출은 지난해보다 6조4천억 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돼 납부할 수 있는 세금도 1조 원 넘게 줄 것”이라며 “올해 순손실 5700억 원 수준이 예상돼 축산발전금 납입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포스트 코로나19시대에 경마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경마 선진국이 시행하는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사회의 이런 움직임에도 정부는 여전히 경마가 사행산업이기 때문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온라인 마권 발매 허용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사회의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말산업 정상화를 위해 온라인 마권 발매를 도입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여전히 부정적 영향이 클 수 있다는 국민들의 우려가 크기 때문에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소년 베팅, 대리베팅 등 우려되는 부분들과 관련한 해결책을 마련한 뒤에 본격적으로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말산업 정상화와 관련해 온라인 마권 발매에 치우친 논의를 국내 말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기 위한 논의로 전환해야한다는 시선도 나온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온라인 마권 발매가 말산업계의 현안이기는 하지만 말산업 정상화와 관련한 논의가 온라인 마권 발매에 치우쳐 있다"며 "현재 경마가 대부분인 국내 말산업을 개선해 경마는 말산업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마사회의 기능을 재정의하는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영훈 의원은 그동안 말산업과 관련해 국회와 정부 차원에서 논의가 부족했다고 보고 본격적으로 말산업 개편과 제도 정비를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27일 '경마산업 정상화를 위한 긴급 좌담회'를 개최한 데 이어 지속적으로 포럼을 개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마사회는 비용 절감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 내용을 확정한 건 아니라는 태도를 보였다.
마사회 관계자는 “인력 구조조정과 같은 부분은 노조와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회사가 일방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며 “경마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면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여러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