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민 한라 대표이사 사장이 개발사업자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이어 코로나19에도 올해 상반기 실적이 늘어나며 개발사업 확대전략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체력이 커졌다.
29일 한라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에도 올해 상반기 좋은 실적을 내며 부동산 개발사업 확대에 필요한 추진력이 어느 정도 확보했다.
한라는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7549억 원, 영업이익 502억 원을 올린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2019년 상반기보다 매출은 30%, 영업이익은 434% 각각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에도 1분기보다 2분기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더욱 늘었는데 올해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의 70%를 훌쩍 넘는 이익을 올렸다.
이 사장은 취임 첫 해였던 2019년부터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냈는데 실적 증가의 기세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한라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3천억 원, 영업이익 681억 원을 거뒀다. 2018년과 비교해 매출은 0.4%, 영업이익은 13.9% 늘었다.
수주를 꾸준히 늘린 데다 철저한 관리를 통해 원가와 비용을 낮춘 점이 좋은 실적을 이어가는 배경으로 꼽힌다.
한라는 올해 상반기에도 1조 원(9500억 원)에 가까운 신규수주를 확보했는데 2019년 같은 기간보다 40% 이상 늘어났다.
이 사장은 이런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하반기 이후 개발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라는 6월 국토교통부에 자산관리회사(AMC) 예비인가 신청을 냈는데 이 사장은 부동산투자회사(리츠, REITs)를 통한 개발사업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을 세웠다.
한라 관계자는 "한라가 추진할 개발사업은 토지 매입을 통한 개발사업 뿐만이 아니라 기획제안형 사업, 민간투자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을 두루 포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익성 제고와 수익구조 안정화의 일환으로 시공에서 개발사업으로 발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라는 과거 동탄물류단지 운영사업 등 일부 개발사업을 진행한 적은 있으나 주로 단순시공을 중심으로 한 사업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개발사업은 단순 시공보다 수익성이 좋지만 자금력이 훨씬 좋아야 하는데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좋은 실적은 개발사업자로 체질 개선에 힘을 실을 수 있다.
이 사장은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데 정 회장이 추구하는 한라의 수익구조 안정화를 이뤄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정 회장은 2018년 9월 한라그룹 창립 56주년 기념사를 통해 "경기변동과 개별 프로젝트별로 위험이 높은 건설산업의 구조적 취약함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사장은 1995년부터 2003년까지 한라그룹 비서실장을 지냈다. 정 회장의 최측근으로 통하며 한라그룹이 2008년 만도를 되찾을 때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사장이 2018년 11월 지주사 한라홀딩스 대표이사에 올랐을 때는 정 회장과 계열사 사이의 의사소통 창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선이 있었다.
불과 5개월 만인 2019년 3월 말 회계장부 조작 의혹, 특별 세무조사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한라로 자리를 옮겨 실적 증가를 이끌어냈다.
정 회장은 이 사장이 한라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스스로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이 사장체제에 힘을 실었다.
한라는 개발사업본부 아래 여러 사업팀을 두고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라는 6월 삼성전자 출신 우경호 박사를 WG캠퍼스 본부장으로 영입해 앞으로 추진할 개발사업에 힘을 실었다. WG캠퍼스는 한라에서 신성장동력 확보를 책임지는 조직이다.
우경호 WG 캠퍼스 본부장은 삼성전자 이전에 보스톤컨설팅그룹에서 건설, 화학, 에너지, 자원개발 관련 컨설팅과 뉴비즈니스 기획을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져 이 사장의 개발사업 확대전략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우 본부장은 이 사장을 도와 개발사업뿐 아니라 기술과 관련한 다양한 신사업 발굴에 힘쓸 것이라고 한라 측은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안정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