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제기된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사법 리스크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의 이 부회장 기소 판단이 늦어지는 사이 생각지도 못한 '한동훈 변수'가 끼어들었다.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검언유착’사건과 관련해서도 이 부회장이 기댔던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불기소' 권고가 나왔다. 
 
검찰의 이재용 기소 판단에 '한동훈 변수' 돌출, 삼성 불확실성 더 커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향한 여론이 더욱 비등해지면서 검찰은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심의위원회 권고사항을 놓고 더욱 신중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6월26일 이 부회장의 불기소를 권고한 지 한 달이 넘도록 검찰은 기소 여부를 놓고 결론을 내지 못 하고 있다.

이르면 7월 초 검찰이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검찰의 결론이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애초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 부회장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의 이성윤 지검장의 회동을 통해 사법처리 방향이 최종 결정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됐지만 7월 들어 두 사람의 대면보고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 부회장 사건의 결론도 미뤄졌다.

법무부는 이르면 29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단행한다. 고검검사급 인사는 8월 초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늦어도 고검검사급 인사 이전에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검찰 판단이 길어지는 사이 이 부회장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변수가 생겼다.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 기자가 공모했다는 이른바 검언유착사건과 관련해 24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한동훈 검사장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한 것이다.

이 부회장과 한 검사장의 사건은 전혀 별개의 사건이지만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동일한 판단을 내놓으면서 상황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이 부회장은 검찰수사에 대항해 수사심의위원회 심의를 요청함으로써 여론에 기대는 전략을 썼다. 수사심의위원 13명 중 10명이 불기소 의견을 내면서 전략은 효과를 거뒀다. 이 부회장이 유리한 여론을 등에 업게 됐다는 시각이 많아졌다.

실제로 수사심의위원회 결정 뒤 조원씨앤아이가 쿠키뉴스 의뢰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수사심의위위원회의 불기소 권고에 공감한다는 여론이 45.4%로 공감하지 않는다는 37.4%를 크게 앞서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정의선 현대자동차 총괄수석부회장과 만난 것을 포함해 네 차례나 공개 경영행보에 나선 것도 이런 여론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사회적 관심이 큰 사안을 두고 또다시 불기소 권고를 내놓으면서 이번에는 수사심의위원회의 전문성과 신뢰도를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여당에서 수사심의위원회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사심의위원회의 심의결과를 검찰이 존중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온 이 부회장에게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사심의위원회가 검찰 면피용 기구가 돼 버렸다”며 “목적과 역할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수사심의위원회가 정당한 수사를 방해하는 수사방해위원회로 전락했다”고 공격했다.

수사심의위원회로부터 두 건의 수사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받아들고 있는 검찰은 곤혹스런 상황에 처했다. 동일한 절차를 밟아 여론의 의견을 구했기 때문에 각 사안을 별개의 문제로 놓고 판단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어느 한쪽의 권고만 수용하고 다른 쪽은 물리치기에는 후폭풍이 클 수 있다. 검찰의 입맛에 맞게끔 수사심의위원회 의견을 선택하는 이중잣대를 적용했다는 비난이 일어날 가능성이 다분하다.

법조계에서는 결국 검찰이 여론의 비판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사심의위원회 권고를 둘 다 받아들이지 않거나 둘 다 받아들이는 쪽으로 갈 것이라는 예상이 고개를 든다.

재계에서도 검찰이 이 부회장의 기소 판단을 하는 데 검언유착사건이 변수로 작용하면서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는 시선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