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장은 2분기에도 애초 계획보다 2배 많은 6천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기존 회사채 상환에 쓰면서 현금 유출을 최소화했다.
이 사장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현금을 최대한 확보하는 보수적 전략으로 경영 불확설성에 확실히 대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가 글로벌 자동차시장 회복시기를 2023년으로 보수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만큼 이 사장은 한동안 현금확보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동헌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지역분석실장 상무는 23일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지금은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달리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이 동시에 부진한 상황”이라며 “내년 코로나19 치료제가 개발돼도 2023년쯤에야 지난해 수준의 판매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사장이 현금 확보를 위해 회사채를 추가 발행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는 3월 이사회에서 내년 초까지 회사채 발행가능 규모를 1조 원으로 결정했다. 아직 4천억 원 더 발행할 여력이 있다.
이 사장이 현금곳간을 두둑이 하는 데는 코로나19 이후 전통적 완성차업체가 경영난을 겪을 때 대규모 투자로 미래차시장을 선점하려는 의도도 녹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제외한 폴크스바겐, 제너럴모터스, 토요타 등 해외 주요 완성차업체들은 2분기에 모두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그룹은 안정적 국내시장을 바탕으로 실적을 어느 정도 방어했지만 다른 글로벌 완성차업체는 2분기 판매가 급감한 유럽과 미국을 주력시장으로 두고 있어 기댈 곳이 없다.
김상현 현대차 재경본부장 전무는 콘퍼런스콜에서 “코로나19 이후 산업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특히 전기차, 수소전기차, 도심항공 모빌리티 등 주요 미래사업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성장기반 구축을 위한 투자 확대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2분기 실적 선방에도 보수적 현금 운영을 통해 미래차시대를 대비하는 현대차의 전략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가 최고경영진을 필두로 국내 주요 그룹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흐름 등을 볼 때 미래차시장에서 상품성을 빠르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그동안 저평가구간에 놓여있던 현대차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