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0-07-22 1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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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풍제약이 최근 코로나19 치료제를 국내에서 가장 빨리 개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하고 상용화를 가정한다고 해도 지금의 신풍제약 기업가치는 너무 고평가됐다는 시선도 있다.
▲ 유제만 신풍제약 대표이사.
2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 가운데 신풍제약이 부광약품, 엔지켐생명과학과 같이 선두권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신풍제약은 현재 말라리아 신약 ‘피라맥스’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국내 9개 병원에서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다.
부광약품은 B형간염 항바이러스제 ‘레보비르’를, 엔지켐생명과학은 신약 후보물질 ‘EC-18’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임상2상을 거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임상정보등록 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즈’에 따르면 신풍제약의 피라맥스 임상2상은 1차 연구 완료일이 2020년 12월이고 임상 최종 완료일은 2021년 2월이다.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가운데 가장 빠른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피라맥스의 두 성분인 ‘피로나리딘’과 ‘알테수네이트’를 병용투여하면 바이러스를 99% 이상 억제하고 세포독성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약물재창조 전문가 션 애킨즈 박사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세포기관 가운데 하나인 라이소좀을 통해 체내 세포로 침투하는데 라이소좀이 산성이어야 감염성 높은 바이러스가 증식된다”며 “항말라리아제는 라이소좀의 산성도를 올려 증식 과정을 방해해 항바이러스안티바이러스 기능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피라맥스가 임상2상에서 성공적 데이터를 도출한다면 바로 상용화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적으로 신약은 최소 1년 이상이 걸리는 임상3상을 거쳐야 하지만 사태의 시급성을 감안하면 정식허가 전 긴급사용승인의 형태로 빠르게 현장에 투입될 공산이 크다.
이런 기대감에 신풍제약 기업가치는 최근 3달 사이 7배 가까이 상승했다.
22일 종가 기준으로 신풍제약 시가총액은 6조5천억 원에 이른다. 국내 제약업계의 대표 기업인 유한양행과 한미약품의 시가총액이 각각 3조5100억 원, 2조9천억 원인데 이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반면 매출 규모를 비교해보면 2019년 기준 유한양행과 한미약품은 매출이 각각 1조4803억 원, 1조1136억 원이고 신풍제약은 매출 1897억 원을 내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신풍제약 기업가치가 현재 너무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라맥스와 같은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과 유사약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사용됐지만 6월16일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긴급사용이 취소된 점도 부정적 요소다. 클로로퀸은 심장 박동 문제와 심각한 저혈압, 근육과 신경계 훼손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런 문제는 피라맥스에도 나타날 수도 있다.
파라맥스의 주성분인 피로나리딘은 클로로퀸과 화학구조가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신풍제약 관계자는 “피라맥스는 클로로퀸이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아닌 3세대 말라리아 치료제”라며 “피라맥스의 주성분인 피로나리딘도 클로로퀸과 다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신풍제약이 국내 16호 신약 파라맥스를 개발한 경험이 있지만 아직까지 복제약 중심의 제약사인 만큼 개발능력에 의구심을 보내는 시선도 있다.
신풍제약은 대표품목 부재와 내수에 국한된 제네릭(화학의약품 복제약)의 영업 한계로 인해 오랫동안 실적이 정체돼 있었다. 신풍제약은 성장정체를 벗어나기 위해 최근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하며 허혈성뇌졸중 치료제 등으로 이제 막 성과를 내기 위한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세계적으로 심각한 상황이지만 치료제·백신 개발 착수만으로 기업가치 상승으로 연결짓기에는 섣부르다”며 “제약바이오산업의 기초체력을 놓고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