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현충탑에 참배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이 의원은 참배를 마친 뒤 민주당 당대표 후보로 등록했다. <연합뉴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대표 후보에 등록하며 ‘
이낙연 정치’에 시동을 걸었다.
이 의원은 당대표 출마에 따른 입지 변화와 경쟁자의 추격 등 상황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현안에 적극 목소리를 내는 방향으로 태도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일 이 의원은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당대표 후보자 등록을 마친 뒤 “다른 정치인은 자유롭게 말해도 괜찮지만 저는 위치가 특별해서 좀 더 조심스러움이 있다”며 “그게 책임 있는 자세라 생각했다는 것을 많은 국민들께서 이해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각종 현안에 말을 아껴온 것을 두고 "대처가 굼뜨도 둔감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후보이기 때문에 조금 더 자유롭게 제 의견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각종 현안을 향한 소신발언을 예고했다.
실제 이 의원은 당대표 후보 등록 첫날부터 적극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 의원은 이날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그린벨트에 손대는 것은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며 주택 부지 마련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국회 개원과 함께 여야가 부동산 대책, 한국형 뉴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을 놓고 날카롭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의원은 한달 남짓 남은 당대표 선거기간에 각종 현안에 적극적 발언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이 의원은 유력 대선주자인 만큼 주요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생각을 밝혀달라는 질문을 받았지만 매번 “당에서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는 등 소극적 태도를 보여 왔다. "엄중히 바라보고 있다"는 발언을 자주해 '엄중
이낙연'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생길 정도였다.
이 의원은 이날 이런 태도를 놓고 '특별한 위치'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이 언급한 ‘특별한 위치’가 전직 총리라는 점을 지칭한 것으로 본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함께 총리를 맡아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가 됐다.
강원도 산불 등 위기상황에서 침착한 대응,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사이다 발언' 등으로 대중적 지지를 얻어 당내에 별다른 지지기반이 없음에도 당대표와 다음 대선후보까지 아우르는 ‘대세론’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총리는 스스로의 생각을 드러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 의원은 문 대통령 국정 수행을 뒷받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 의원의 높은 지지율이 상당 부분 민주당과 문 대통령 지지층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총리를 그만둔 뒤에도 자기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바라본다.
하지만 당대표에 이어 민주당 대선후보 자리를 바라보는 이 의원으로서는 이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총리
이낙연'의 이미지만으로는 당대표는 물론 다음 대선후보로 입지를 굳히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 대선주자로서 1위 자리가 위협받고 있다는 점도 이 의원의 '변신'을 요구하고 있다.
여론 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20일 내놓은 다음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이 의원은 23.3%의 지지를 받아 1위 자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8.7%의 지지를 받아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이 의원으로서는 ‘압도적 1위’에서 ‘쫓기는 1위’가 된 만큼 오히려 정치적 부담을 덜게 된 측면도 있다. 지킬 것이 줄어든 만큼 공세적 모습을 보일 조건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당대표 선거에서 '
이낙연 대세론'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민주당 안에서는 이번 전당대회가 대선후보로서 이 의원의 지도력과 역량을 가늠해보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기회와 위기가 함께 존재하는 상황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정세균 국무총리를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뒤 이 의원을 향해 “이제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총리직에서 물러난 지 반년이 더 지난 지금에야 비로소 ‘자신의 정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출발선에 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