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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국민연금 인사 파문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도 불똥이 튀고 있다.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삼성물산 합병 전에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 이재용 부회장을 만난 점을 공개적으로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다.
최 이사장은 이를 통해 홍 본부장에 대해 연임불가 결정을 내린 명분을 축적하려는 것으로 풀이되는데 이 때문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지지한 국민연금 결정에 대한 논란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23일 국민연금공단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최 이사장은 자진사퇴할 뜻이 전혀 없음을 거듭 밝히고 있다. 최 이사장이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국민연금공단 내분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 이사장이 홍 본부장의 연임불가 결정을 내리면서 촉발된 이번 사태는 보건복지부 책임론으로 번지고 있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22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최 이사장과 홍 본부장이 동반사퇴해야 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정 장관은 “이사장이 연임 결정을 안했기 때문에 기금이사(홍완선 본부장)는 임기가 끝나면 자동적으로 관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같이 책임지시고 자진사퇴를 하시라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최 이사장에 대한 사퇴압박을 가하고 있는 데 대한 복지부 책임론이 커지자 ‘동반사퇴’ 카드를 꺼내들면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관측된다.
최 이사장은 보건복지부의 사퇴 압력에 “내가 잘못한 일이 없는데 왜 사퇴하느냐”며 거부하고 있다.
물론 최 이사장이 끝까지 버티기도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최 이사장은 물러나더라도 항명에 따른 불명예 퇴진는 멍에는 쓰지 않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 이사장이 홍 본부장의 연임 불가결정에 대해 정당성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최 이사장은 최근 인터뷰 등을 통해 홍 본부장이 삼성물산 합병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일을 줄기차게 문제삼고 있다.
최 이사장은 이를 놓고 부적절하고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처신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홍 본부장이 이 부회장을 만난 사실은 9월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당시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홍 본부장이) 합병 표결 전에 이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그룹의) 고위 임원들을 만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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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왼쪽)과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져 결과적으로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그룹 오너 일가에 특혜를 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감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으로 삼성 오너일가가 입은 혜택이 10월1일 종가 기준 7900억 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최대지분을 보유한 투자자가 최고경영자를 만나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삼성물산 합병 추진 당시의 상황을 고려하면 합병 여부에 대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주총 표대결을 코앞에 두고 오너 일가를 만난 사실은 오이밭에서 신발 끈을 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최 이사장과 홍 본부장의 갈등도 기금운용본부 독립에 대한 입장차이뿐 아니라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태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의견대립을 겪으면서 더욱 깊어졌다는 말도 국민연금 안팎에서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 인사 파문이 장기화하면서 합병 당시의 논란거리들이 다시 이슈로 등장하고 이재용이라는 이름이 자꾸 거명되는 것은 이 부회장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