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박 사장은 3분기 삼성엔지니어링이 사상 최악의 적자를 내자 황급히 자구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수주가 급감해 삼성엔지니어링의 미래는 상당히 어두워 보인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 주목된다. 연말인사에서 박 사장의 거취도 불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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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
박중흠 사장은 22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와 사옥 매각 계획을 밝혔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6년 3월까지 1조2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장부가 3500억 원의 상일동 본사 사옥을 매각하기로 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3분기 1조5127억 원의 적자를 내면서 완전자본잠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이날 사내방송을 통해 대규모 적자에 흔들리지 말고 경영정상화에 동참해 달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박 사장은 “유상증자와 사옥 매각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며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주인정신을 갖고 최선을 다하면 회사가 정상화하는 시점에 노력이 보상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삼성엔지니어링이 갈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당장 부실의 원인이 된 해외 사업장의 경우 준공이 가까워질수록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저유가로 발주처들은 자금상황이 어려워지자 자금지급을 미루고 있어 공사기간도 늘어나고 있다.
중동 사업장 부실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는 저유가 국면이 언제 해소될지 알 수 없고 부실사업장을 모두 정리할 때까지 얼마나 더 많은 손실을 입을지 추정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당분간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우려를 떨쳐버리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삼성엔지니어링은 실적의 가늠자가 되는 수주까지 부진해 경영정상화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3분기까지 3조1726억 원어치를 수주했는데, 이같은 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3% 감소한 것이다. 3분기 말 현재 수주잔고는 11조5569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 말(14조6980억 원)보다 21.4% 줄었다.
비화공플랜트 수주는 지난해 1조8736억 원에서 올해 2조3856억 원으로 27.3% 증가했지만 화공플랜트 수주가 3조9317억 원에서 7870억 원으로 80.0%나 급감한 것이 수주에 치명적이었다.
전체 수주량에서 화공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분기 67.7%에서 올해 3분기 24.8%로 쪼그라들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초 7조 원의 수주목표를 세웠다. 이 목표도 선별수주를 위해 보수적으로 설정한 것이었다.
하지만 3분기까지 목표의 45.3%밖에 채우지 못하자 삼성엔지니어링은 수주목표를 6조 원으로 낮췄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삼성엔지니어링이 살아나려면 삼성그룹 차원의 해결책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삼성엔지니어링은 삼성그룹의 건설·중공업부문 개편시나리오에서 여러 차례 언급됐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이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고 지난해 실제로 삼성중공업과 합병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무산됐다.
이에 따라 삼성엔지니어링이 추진하는 유상증자가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주주배정 뒤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주주들의 유상증자 참여에 따라 지분율 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최대주주는 삼성SDI(13.10%)이고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이 7.81%로 2대주주다.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율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삼성그룹의 의중을 읽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의 거취도 불투명해졌다.
박 사장은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 합병이 무산된 뒤 자리를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유임됐다.
하지만 이번에 다를 것이라는 말이 나돈다. ‘관리의 삼성’이 부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얘기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