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춘 인천시장이 인천 수돗물에서 벌레 유충 발견 뒤 원인규명과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지만 시민들의 원성은 높아지기만 한다.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가 벌어졌을 때 인천시의 미흡한 대응이 도마에 오른 적이 있는 만큼 이번 유충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박 시장의 리더십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오늘Who] 박남춘 전전긍긍, 인천 수돗물 유충에 붉은 수돗물 악몽

박남춘 인천시장.


15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 서구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된 데 이어 부평구와 강화군에서도 비슷한 사례로 보이는 민원신고가 접수돼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실태 파악에 나섰다.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왔다는 민원은 9일 서구 주민이 처음 신고한 뒤 계속되고 있다.

정식 민원 외에도 온라인 카페 등 커뮤니티를 통해 유충 발견 사례가 보고되고 있어 인천시는 현장점검반을 가동해 유충 발생 여부와 발생 원인을 규명하는 조사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인천시는 유충이 발견된 지역의 주민과 각급 학교 등에 수돗물을 마시지 말 것을 통보하고 학교 급식을 중단시켰다.

박 시장도 14일 서구에 있는 공촌정수장에서 긴급 점검회의를 진행하고 대응조치를 상향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회의를 마친 뒤 페이스북을 통해 “공촌정수장부터 각 가정의 수도꼭지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샅샅이 뒤져 원인을 찾아내도록 했다”며 “신속히 상황을 안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천시민들 사이에서 수돗물 유충 사태와 관련한 인천시의 대응을 놓고 비난여론이 커지고 있다. 수돗물에서 벌레가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데다 인천시가 늑장대응을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서다.

박 시장은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13일 오후에 처음 보고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처음 민원신고가 접수된 뒤 4일이 지나서야 박 시장이 상황을 인식한 셈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9일 처음 민원을 접수한 뒤 현장에 출동해 조사활동을 하고 다음 날 합동점검 등 대응조치를 계속 시행했다”며 “상수도사업본부가 절차를 거쳐 박 시장에게 보고하고 시장 주재로 대책회의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 공무원들의 대응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점검을 나온 공무원이 ‘식수 적합’ 판정이 나왔다며 ‘달리 해줄 방법이 없다’는 말을 했다든지 ‘건물 자체 문제’라고 답변했다는 사실을 성토하는 글들이 게시되기도 했다.

인천시에서 수돗물 때문에 소동을 빚은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붉은 수돗물 사태로 시민들이 불안에 떨었던 적이 있다.

당시 붉은 수돗물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수질검사 결과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물을 마셔도 좋다는 의견을 내놔 빈축을 샀다. 피해 지역을 서구로 한정했다가 외부 전문가 의견을 받아들여 뒤늦게 영종도까지 확대한 일도 비판을 받았다.

결국 박 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너무나 참담하고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죄송하다”고 사과해야 했다.

박 시장은 1년 전에 붉은 수돗물 사태에 이어 이번에는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돼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지난해 취임 1주년을 맞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하수도 혁신을 위한 로드맵과 상하수도 위기 대응 매뉴얼을 갖추겠다고 밝힌 만큼 '2차 수돗물 사태'에 곤궁한 처지에 몰렸다.

자칫 2022년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 재선을 노리는 박 시장의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여론 조사기관 리얼미터가 6월24~30일 전국의 18세 이상 남녀 1만7천 명의 응답을 받아 진행한 6월 전국 시도지사 지지도 평가결과를 보면 박 시장은 41.9%의 지지를 얻는 데 그치며 시도지사 15명 가운데 12위였다.

이 여론조사의 표본 오차는 신뢰 수준 95%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s://www.nesd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몇 달째 여론조사에서 하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인데 수돗물 사태로 박 시장을 향한 부정적 여론이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은 15일 성명을 통해 “작년에 마련한 대응책이 현재 유충 검출사건에 적절히 작동하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이처럼 기막힌 사고가 왜 연달아 일어나는지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조직과 시스템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