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은 다른 초대형 증권사들보다 카카오뱅크 주관사를 맡는 데 걸림돌이 적어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카카오그룹 계열사 가운데 카카오뱅크가 아직까지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지 않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하반기부터 상장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구체적 일정 등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그룹은 카카오게임즈를 시작으로 카카오페이지, 카카오뱅크까지 연이어 상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카카오페이지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을, 카카오게임즈는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을 공동 대표주관사로 각각 선정했다.
아직 주관사를 정하지 않은 카카오뱅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증권이 유력한 후보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증권은 카카오와 다음 사이 합병 과정에서 자문을 담당했고 카카오 자산 유동화를 지원하는 등 카카오그룹과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프라이빗뱅커 고객으로 인연을 맺은 뒤 카카오의 상장 주관사 및 합병 자문사를 맡는 등 관계가 지속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삼성증권은 카카오게임즈가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하기 두 달 전인 4월에 공동 대표주관사로 전격 합류하기도 했다. 카카오게임즈는 한국투자증권이 2018년부터 단독으로 대표주관사를 맡아왔으며 6월11일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초대형 증권사 5개 가운데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이 카카오뱅크 주관사로 선정되는 데 걸림돌이 있다는 점도 삼성증권이 카카오뱅크 주관사 자리를 차지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카카오 경쟁사인 네이버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2017년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는 5천억 원씩 서로 투자해 상대방의 지분을 매입했고 최근에는 네이버파이낸셜과 제휴를 통해 핀테크 상품 ‘네이버통장’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페이지의 주관사 선정에서 밀려난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증권사가 이해관계인을 포함해 발행사 주식 등을 10% 이상 보유하면 상장주관사가 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경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2019년 말 기준으로 지주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4.93%, 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28.60%의 카카오뱅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카카오뱅크와 사업영역이 겹치는 시중은행 금융지주 계열사라는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상장주관사는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해당 회사의 다양한 자료를 요청 및 열람할 수 있어 카카오뱅크에게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기업가치가 9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카카오 계열사 가운데서도 독보적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페이지의 기업가치는 2조 원 정도로 평가된다.
카카오뱅크의 예상 기업가치는 최근 공모주 열풍을 일으킨 SK바이오팜의 예상 기업가치였던 5~7조 원도 뛰어넘는 수준이다. .
카카오뱅크는 2017년 영업을 시작한 뒤 2019년 순이익 137억 원을 거둬 2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해외 인터넷전문은행들이 흑자전환까지 보통 7년 정도가 걸리는 것과 비교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코로나19에도 순이익 185억 원을 내면서 지난해 순이익을 단 번에 넘어서기도 했다. 자산규모도 22조 원을 넘어섰다.
SK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세계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 사례로 꼽힐 자격이 있다”며 “2026년에는 자산 76조 원, 순이익 4140억 원을 내는 은행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