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영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이 미국 메모리반도체업체 샌디스크를 우회적으로 인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국내 메모리반도체업체들이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진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위기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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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
미국 CNBC는 20일 미국 하드디스크(HDD) 제조업체인 웨스턴디지털이 미국 메모리반도체업체인 샌디스크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BC는 “웨스턴디지털이 샌디스크를 인수할 수 있을지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그러나 샌디스크와 협력관계인 일본 메모리반도체업체 도시바가 라이벌인 마이크론보다 웨스턴디지털에 인수되는 쪽을 선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시바는 샌디스크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낸드플래시 생산설비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점을 들어 샌디스크 매각에 도시바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블룸버그도 19일 웨스턴디지털이 샌디스크와 인수를 위해 협상을 하고 있으며 이르면 이번 주에 협상을 타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칭화유니그룹이 미국 샌디스크를 간접적으로 인수해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진출을 앞당길 가능성도 커졌다.
칭화유니그룹의 자회사 유니스플렌더는 9월 웨스턴디지털 지분 15%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칭화유니그룹이 웨스턴디지털의 샌디스크 인수 추진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CNBC는 “웨스턴디지털이 샌디스크를 인수하는 거래가 성사되면 칭화유니그룹 측에서 40억 달러의 현금을 투입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칭화유니그룹은 7월 미국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에게 직접 인수를 제안했지만 실패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보안 문제를 이유로 인수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칭화유니그룹이 샌디스크를 간접적으로 인수할 경우 기술협력 등을 통해 낸드플래시 시장 진출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샌디스크는 SD메모리카드, 마이크로SD 등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특허권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연간 4천억 원 이상을 샌디스크에 로열티로 지불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2분기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점유율 14.8%를 기록하며 4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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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오 웨이궈 칭화유니그룹 CEO. |
샌디스크가 웨스턴디지털과 시너지를 내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샌디스크의 낸드플래시와 웨스턴디지털이 보유한 컨트롤러 기술을 결합한다는 것이다. 컨트롤러는 저장장치를 통제하는 소프트웨어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점유율 하락을 겪는 샌디스크가 칭화유니그룹을 통해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에서 반전을 꾀할 수도 있다.
중국의 낸드플래시 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경쟁업체와 기술격차를 크게 벌린 삼성전자보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SK하이닉스가 받는 영향이 더 클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12.5%의 점유율를 차지해 5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21일 전날보다 5.74% 내린 3만3650원에 장을 마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