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가 홍콩 법인을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확대하려던 계획에 차질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했기 때문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홍콩 법인을 해외사업 거점으로 키우기 위해 공을 들여왔는데 싱가포르 법인에 힘을 실어 해외사업의 교두보로 삼을 수도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면서 홍콩이 ‘아시아 금융허브’로 역할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홍콩을 대신할 후보로 싱가포르가 떠오르고 있다.
이날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홍콩 국가보안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로이터 등 해외언론은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하는 데 따라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했다고 보도했다.
관세혜택이나 중국 본토보다 완화된 규제 등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특권이 사라지는 데 따라 ‘해외자본 대탈출’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어 홍콩의 금융허브 위상도 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의 ‘아시아 금융허브’ 지위가 타격을 입게 되면 미래에셋대우 홍콩 법인의 역할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박현주 회장으로서는 미래에셋그룹이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홍콩 법인을 그룹의 해외사업 창구로 키우고 있었던 만큼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특별지위 박탈이 홍콩 자본시장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법인 철수 등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싱가포르가 홍콩을 대신할 아시아 금융허브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미래에셋대우로서도 홍콩을 대신해 싱가포르를 해외사업거점으로 삼을 수도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2012년 싱가포르 법인을 만들었다. 이 외에도 싱가포르에 부동산투자회사 등을 설립했다.
지난해에는 싱가포르에 항공기 리스법인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며 이와 관련해 법률 검토도 진행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산업이 침체된 데 따라 법인 설립은 잠시 미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미래에셋대우가 이미 싱가포르에 진출해있고 사업 확장을 고려하기도 했던 만큼 싱가포르 법인을 홍콩 법인의 대안으로 삼을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가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최초로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으로 지정되는 등 중국과 자본이동이 손쉬운 지역으로 꼽힌다는 점도 홍콩의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싱가포르의 위안화 역외시장규모는 세계 3위에 이른다.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이란 중국 본토 밖에서 위안화 결제대금의 청산을 담당하는 은행으로 국가 간의 환전소 기능을 한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법인세율이 낮은 지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싱가포르의 법인세율은 17%로 홍콩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더해 한국과 싱가포르 사이 이중과세 방지협정에 따라 법인세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박 회장은 2018년 미래에셋대우 회장에서 물러났지만 홍콩 법인의 회장은 유지하고 미래에셋그룹의 글로벌경영전략고문(GISO)과 겸직하며 홍콩 법인을 키우는데 힘을 쏟았다.
박 회장은 글로벌 자본이 몰려드는 ‘아시아 금융허브’인 홍콩을 중심으로 ‘미래에셋 네트워크’를 구축해 해외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