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산업은행과 HDC그룹 사이의 거래 재협상으로 새 주인을 맞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과연 그 사이 버틸 체력이 있을까?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최근 직접 만나면서 아시아나항공 거래를 놓고 재협상 국면을 맞은 것으로 보이면서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안도의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사장.
그러나 빚을 갚는 데 쓸 자산은 대폭 매우 부족한 상황이어서 가급적 빠른 결론이 절실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063억 원인 반면 1년 안에 상환해야 할 유동부채는 4조8951억 원에 이른다.
아시아나항공이 1년 안에 즉각적으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당좌자산은 1조2966억 원으로 파악된다.
유동부채 가운데 추후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선수금(3588억 원)과 선수수익(68억 원) 약 3656억 원을 뺀다고 하더라도 유동부채는 4조5295억 원에 이르러 당좌자산에 비해 3배 가까이 많다.
자본금도 얼마 남지 않았다.
2020년 1분기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자본잠식률은 81.2%, 자본총계는 2102억 원을 보이고 있다.
가뜩이나 현금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신용도도 문제가 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신용등급은 현재 ‘BBB-’로 투자적격 등급 가운데 가장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한 단계만 떨어져도 투기등급이 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이 ‘BBB-’ 아래로 떨어지면 4700억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의 조기상환 압박이 시작되게 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도를 등급감시대상에 올리면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적 기초가 크게 훼손된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절차가 지연되면서 금융비용 절감과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인수 과정이 지연될수록 재무구조는 더 악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9일 3천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하면서 운영자금 확보에 나서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오른 화물운임에 착안해 화물중심으로 경영을 꾸려나가면서 7월부터 국제선 운항을 확대해 버티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지만 이 또한 확실한 해법으로 기대하기에는 부족하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화물분야는 안정적 매출이 창출되고 있으나 여객 쪽에서는 딱히 영업전략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이 없다”며 “3천억 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운영자금과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이 화물부문 매출로 2분기에는 실적 호조를 보이겠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아 여객수요 회복이 불투명한 점을 문제로 꼽고 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이 집중하고 있는 화물분야는 6월부터 공급증가가 이뤄져 운임이 제한적으로 깎일 수 있는 상황”이라며 “게다가 국제선 노선을 하반기에 확대하더라도 수요가 뒷받침 될지 알 수 없어 불확실성이 높아 체질 개선의 기회를 확보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