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 오너일가의 4세 경영자들이 지주사 GS의 지분을 계속 사들이고 있다.
오너4세 경영자들이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서며 책임경영의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들의 경영행보에 시선이 쏠린다.
25일 GS의 특별관계자 보유지분 변화를 분석해보면 지난해 말 48.28%에서 최근 51.22%까지 늘어난 가운데 4세경영자들의 공격적 지분 매입이 눈에 띈다.
3세경영자들 가운데서는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GS 지분이 1.98%(183만7602주)에서 2.08%(196만9234주)로 늘었을 뿐 다른 3세경영자들은 GS 주식을 사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3세 경영자인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은 10만 주를 장내에서 팔았으며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도 19만2014주를 아들 허원홍씨에 증여했다.
특별관계자 보유지분 50% 이상은 의미가 작지 않다. 이사 해임 등 특별결의안건의 주주총회 상정을 방어하는 것을 넘어 특별결의안건을 상정하고 이를 표결로 승인받는 과정을 특별관계자들 지분만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된다.
GS가 그룹 지주사임을 고려하면 GS그룹의 오너경영이 한층 굳건해진 셈이다. 이를 4세경영자들이 주도했다는 뜻이다.
자연히 재계의 시선은 GS그룹의 4세 경영구도를 향한다.
GS그룹은 가문경영의 원칙이 세워져 있어 지주사 지분율이 그룹 회장 자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허태수 회장이 총수에 오른지 반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4세경영자들의 지주사 지분 확대를 경영보폭의 확대로 해석할 수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GS그룹의 오너일가는 경영의 대소사뿐 아니라 지주사 지분의 매입조차도 가족회의를 통해 결정한다”며 “4세 경영자들의 GS 지분 확대는 이들을 경영전면에 배치하면서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오너일가 전체의 의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4세경영자의 최고 연장자인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1969년 출생)은
허태수 회장의 뒤를 이을 다음 회장후보군 가운데 가장 앞서 있는 경영자로 꼽힌다. 이를 반영하듯
허세홍 사장은 4세경영자들 가운데서도 가장 공격적으로 GS 지분 확대에 나섰다.
허세홍 사장의 GS 지분율은 2019년 12월31일 1.54%(143만2400주)에서 22일 2.3%(213만7150주)까지 늘었다. 반년 동안 70만4750주나 사들였다.
3세경영자의 막내인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이사 사장(1968년 출생)도
허세홍 사장과 함께 다음 회장후보로 거론된다.
허세홍 사장과
허용수 사장이 이끄는 계열사들은 그룹의 핵심이다.
허용수 사장은 GS에너지의 사업을 화학으로 다각화하는 것과 해외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으며
허세홍 사장은 GS칼텍스의 올레핀 복합분해설비(MFC) 투자 완수와 디지털전환에 공을 들이고 있다.
허용수 사장은 반년 동안 GS 지분을 단 1주도 사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GS 지분 5.26%(488만9718주)들고 있는 최대주주다. 허창수 전 GS그룹 회장이나
허태수 회장보다도 보유지분이 많다.
허용수 사장의 가족회사인 승산도 GS 지분을 0.32%(30만 주) 보유하고 있다. 일찍부터 책임경영 의지를 보이며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섰다는 얘기다.
10살 이내의 나이차로 두 사람의 뒤를 따르는 4세경영자들도 눈에 띈다.
허서홍 GS에너지 경영지원실장 전무(1977년 출생)는 반년 동안 GS 지분율을 1.62%(150만2600주)에서 1.95%(180만7600주)로 늘렸다.
GS에너지는 그룹의 석유화학 및 에너지부문 중간지주사로 산하 계열사들을 지원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허서홍 전무는 이 부문에서 경영능력을 발휘하며
허용수 사장을 보좌하고 있다.
허철홍 GS칼텍스 경영혁신부문장 상무(1979년 출생)는 GS 지분을 늘리지 않았다. 그러나 1.37%(127만325주)의 지분율은 비슷한 나이대의 4세경영자들 사이에서 낮지 않은 수치다.
GS칼텍스는 주유소를 활용한 신사업들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허철홍 상무는 올해 미국에서 열린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2020)를 GS그룹 오너경영자 가운데 유일하게 참관하는 등 GS칼텍스의 신사업 발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허윤홍 GS건설 신사업부문 대표 사장(1979년 출생)은 허서홍 전무와 허철홍 상무보다 경영실적에서 앞서 있다.
그러나 4세경영자들이 GS 지분을 치열하게 사들이는 가운데서도
허윤홍 사장은 GS건설 지분만을 사들이며 지분율을 0.24%(19만1618주)에서 0.32%(26주2318주)로 늘렸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허윤홍 사장이 GS건설의 경영권을 잇는다는 그림이 이미 그려져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GS그룹 오너 4세의 장손인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1975년 출생)은 지난해 12월 GS칼텍스 부사장 자리를 내려놓고 삼양통상으로 떠났다.
삼양통상이
허준홍 사장의 아버지인 허남각 회장의 ‘가업’인 만큼
허준홍 사장이 삼양통상을 이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허준홍 사장은 반년 동안 GS 지분율을 2.13%(198만327주)에서 2.48%(230만327주)로 늘렸다.
허세홍 사장 다음으로 GS 주식을 많이 샀다. 삼양통상도 GS 지분을 0.54%(50만 주) 들고 있다.
허준홍 사장은 앞서 3월 GS에너지의 기타비상무이사에 오르기도 했다. 앞으로 삼양통상뿐 아니라 GS그룹의 에너지사업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GS그룹 관계자는 “오너경영자들의 지주사 지분 매입은 개인의 활동으로 회사 차원에서는 말할 수 있는 것이 특별히 없다”며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해석해 달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