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근 STX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이 일감을 확보해야 한다는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다.
노조를 파업에서 일터로 복귀하도록 하기 위해 선박 수주가 절실하지만 선박시장에서 STX조선해양의 주력인 MR탱커(순수 화물적재톤수 5만 DWT 안팎의 액체화물운반선)의 발주가 나오지 않아 정 사장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23일 STX조선해양에 따르면 장 사장은 최근 수주에 근접한 일감부터 본계약으로 전환하는 방식의 수주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선주사와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해 둔 MR탱커 7척과 과거 선박 건조계약 때 옵션계약을 맺어둔 물량들이 공략 대상이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선박시장에서 신규 발주계획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탓에 수주를 위한 기술미팅을 진행할 수 없다”며 “현재로서는 비대면 영업을 통해 기존 계약들의 진전에 힘쓸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조차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장 사장으로서는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만 없었다면 올해야말로 목표인 선박 20척 수주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5월 말 기준으로 STX조선해양의 주력 선박 MR탱커는 글로벌 수주잔량이 120척이다. 전체 선대와 비교해 수주잔량의 비중은 7.4%다.
이는 같은 기간 모든 선박 종류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이자 역사적으로 봐도 최저 수준이다. MR탱커가 대거 발주되기 위한 환경이 만들어져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 탓에 글로벌 물동량이 줄어들며 선주사들의 시황 관망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장 사장은 2020년 단 1척의 일감도 확보하지 못한 채 한 해의 반환점을 돌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정유제품이나 석유화학제품의 수출량이 회복되며 MR탱커 발주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장 사장이 얼마 안 되는 신규 발주건들을 공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글로벌 MR탱커 건조시장의 최강자인 현대미포조선도 일감에 목말라있기 때문이다.
현대미포조선은 글로벌 선박건조시장에서 MR탱커 물량의 절반 이상을 건조한다. 그런데 5월 말 기준으로 2020년 수주목표의 22.2%만을 채웠을 뿐이라 수주영업에 공격적일 수 밖에 없다.
현대미포조선은 석유연료뿐 아니라 LNG(액화천연가스), LPG(액화석유가스), 메탄올, 에탄올 등 현존하는 모든 선박연료 추진선을 건조할 수 있다. 반면 STX조선해양은 LNG추진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뿐 건조실적은 없다.
장 사장이 선주사들에게 선박연료의 옵션폭을 넓게 제시할 수 없는 여건이기 때문에 현대미포조선과 수주경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현재 장 사장은 STX조선해양 노조를 일터로 복귀하도록 하는 과제를 홀로 짊어지고 있다. 일감 확보의 부담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STX조선해양은 앞서 17일부터 조업 정지에 들어가 있다. 노조가 순환 무급휴직의 종료를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해 선박 건조작업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STX조선해양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STX조선해양이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 사장은 독단적으로 순환 무급휴직을 종료할 수 없다.
장 사장이 노동자들의 무급휴직 종료나 유급휴직으로의 전환을 산업은행과 논의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STX조선해양에 일감 절벽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STX조선해양은 조업을 멈추기 전까지 진해조선소에서 선박 7척을 건조하고 있었으나 이 일감들은 2021년 1분기가 지나면 사라진다.
장 사장으로서는 일감이 없다면 경영 정상화의 고삐를 늦추지 않기 위해 무급휴직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노후선박의 폐선까지 감안하면 MR탱커 발주가 결국에는 나올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의 일시적 영향이 다소 해소된다면 충분한 일감을 확보해 노조를 일터에 복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