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올해 발을 들이는 해양플랜트 수주전마다 미국 맥더못(McDermott)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은 해양일감 공백이 현실화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올해 맥더못과 만나는 3차례 수주전에서 맥더못을 꺾어야 한다.
▲ 정기선 현대중공업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22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카타르에서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에 이은 추가 수주를 노린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카타르의 노스필드 확장(NFE) 프로젝트에 쓰일 웰헤드플랫폼(WHP, 원유나 가스의 시추용 플랫폼)의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타르 국영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은 웰헤드플랫폼의 설비 건조와 EPC(자재 조달에서 시공까지 한 회사가 일괄도급으로 맡아 진행하는 사업방식)를 패키지로 묶어 발주하기로 했다.
입찰 초청서는 9월 발송될 것으로 예상되며 조선업계는 현대중공업, 맥더못, 이탈리아 사이펨(Saipem), 싱가포르 셈코프마린(Sembcorp Marine)이 경합할 것으로 전망한다.
눈에 띄는 것은 맥더못이다. 맥더못은 플랜트·EPC회사 가운데서도 설계역량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다.
스페인 테크니카스리유니다스(Tecnicas Reunidas), 프랑스 테크닙FMC(TechnipFMC) 등 플랜트·EPC사업의 강자들이 주로 설계전문회사나 조선사들과 컨소시엄을 맺고 이들에게 설계를 상당 부분 맡기는 것과 달리 맥더못은 단독으로 프로젝트 전체를 수주하는 일이 잦다.
카타르가 발주하려는 웰헤드플랫폼의 기초설계(FEED)도 맥더못이 수주해 2019년 완료했다. 때문에 이번 웰헤드 플랫폼의 패키지 수주전에서도 맥더못의 승리를 예상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그러나 현대중공업도 쉽게 물러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해양부문에서 미국 킹스키(King’s Quay) 프로젝트에 쓰일 반잠수식 원유시추설비(Semi-Submersible FPU)의 선원 거주구를 건조하고 있다. 이 일감은 현대중공업 해양부문의 유일한 일감인데 2021년 4월이 인도기한이다.
현대중공업이 올해 해양플랜트 수주에 실패한다면 해양부문에 일감 공백이 생긴다는 얘기다.
카타르의 노스필드 확장 프로젝트 외에도 현대중공업은 올해 2건의 대형 해양플랜트 수주를 노리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도 경쟁자가 맥더못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0년 중순에 미얀마 해양가스전 개발계획인 슈웨3(Shwe3)프로젝트에 쓰일 LNG플랫폼의 설비와 EPC 패키지를 발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과 맥더못은 2019년 말 이 설비의 기초설계를 동시에 수주했으며 모두 포스코인터내셔널에 설계를 전달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두 회사 가운데 더 나은 설계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입찰이 진행된다.
현대중공업과 맥더못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슈웨 프로젝트에 1승1패를 나눴다. 1단계 프로젝트를 현대중공업이, 2단계 프로젝트를 맥더못이 각각 수주했다.
베트남 석유회사 페트로비엣남은 해양유전 및 가스전 개발계획인 블록B(Block B) 프로젝트에 필요한 고정식 플랫폼을 지난해 발주하려고 했다. 그러나 프로젝트 진행 지자체인 베트남 푸꾸옥현이 최종 투자결정(FID)을 연기해 설비 발주가 올해로 밀렸다.
이 설비를 놓고서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맥더못이 경합하고 있다.
다만 삼성중공업이 나이지리아 봉가(Bonga) 프로젝트나 호주 브로우즈(Browse) 프로젝트 등 다른 대형 프로젝트의 수주에 힘을 싣고 있어 사실상 현대중공업과 맥더못의 2파전이라고 조선업계는 바라본다.
올해는 맥더못이 재무위기에 빠져있어 현대중공업이 수주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시선이 나온다.
맥더못은 지난 1월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낸 뒤 자산을 잇따라 매각하고 있다. 석유화학플랜트 및 가스처리플랜트의 독점 기술을 보유한 자회사 루무스테크놀로지를 3월 사모펀드에 매각한 뒤 앞서 2일에는 파이프라인 제조 자회사 시카고브릿지앤아이언(CB&I)을 다른 사모펀드에 팔았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맥더못은 최근 한국 조선업과 겹치는 사업영역에서 공격적 수주행보를 보였는데 현재는 위기를 해소하느라 바쁘다”며 “수주경합에서 빠지거나 입찰자격 사전심사(PQ)에서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