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내 은행들의 ‘오후 4시 마감’을 문제삼은 뒤 은행의 영업시간 연장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 은행들은 업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영업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 영업시간을 무조건 늘리는 데 대한 부정적 의견도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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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부 시중은행들이 ‘변형시간근로제’를 적용하는 영업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변형시간근로제는 법정근로시한의 범위 안에서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제도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13일 “최 부총리가 변형시간근로제를 확대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공단과 상가 등 필요한 지역의 경우 고객이 편하다면 오후 4시 이후에도 은행 영업점의 문을 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최 부총리는 11일 페루 리마에서 “오후 4시면 문을 닫는 은행이 어디 있느냐”며 “입사한 지 10년이 지나고 억대 연봉을 받는데도 일을 안 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한국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KEB하나은행은 안산 원곡동 등 영업점 17곳에 변형시간근로제를 적용했다. 이 영업점들은 외국인 노동자를 겨냥해 평일 영업 마감을 늦추고 일요일에도 영업하고 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지금도 고객의 편의를 위해 변형시간근로제를 적용하고 있는 영업점들이 있다”며 “당장 추진할 것은 아니지만 고객이 원한다면 이 제도를 다른 영업점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외국인 노동자와 여행객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변형시간근로제를 운영하고 있다. 시중은행 영업점 가운데 약 10%가 변형시간근로제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현재 안산 원곡동과 인천공항출장소 등 영업점 69곳의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영업점 54곳에 변형시간근로제를 도입했다. KB국민은행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영업점들을 대상으로 오후 7시까지 ‘애프터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이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영업점에 변형시간근로제를 추가로 도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변형시간근로제를 전면적으로 시행하는 데 대해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도 각 지역의 주요 고객에 맞춰 변형시간근로제를 적용하고 있는 만큼 추가 영업점을 크게 늘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모바일뱅킹 등이 확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영업 마감시각을 무조건 늦추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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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일각에서는 최 부총리의 지적이 은행 영업점의 현장실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비판도 나온다.
시중은행 영업점의 한 직원은 “우리나라는 은행 문을 오후 4시에 닫지만 직원들은 정산이나 비대면영업 등 추가적인 업무 때문에 8~11시쯤 퇴근하게 된다”며 “외국 은행들과 일대일로 비교하기 힘든 문제”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가 한국 금융업의 경쟁력이 떨어진 원인을 직원들에게 돌리고 있다는 반발도 제기되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금융노조)는 12일 성명서에서 “우리나라 금융기관 노동자들의 1일 평균 노동시간은 법정 노동시간인 8시간보다 최대 5시간 가까이 길다”며 “한국 금융부문의 경쟁력이 낮은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