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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왼쪽)과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2008년 9월10일 '2008 LS혁신한마당'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
LS그룹이 사촌경영을 펼쳐도 화목을 유지하는 비결이 무엇일까?
롯데그룹, 두산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등 국내 굴지의 그룹들은 형제경영에도 어려움을 겪고 경영권 분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만큼 권력은 나누기 어렵다.
그런데 LS그룹은 사촌들이 돌아가며 그룹 회장과 계열사 경영진을 맡으며 화목하게 경영하고 있다.
LS그룹에서 이렇게 화목한 사촌경영이 가능한 이유로 경영과 지분 승계을 놓고 철저히 원칙을 지키고 있는 점이 꼽힌다.
LS그룹은 2003년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명예회장 등의 아들들이 LG그룹에서 분리돼 만들어졌다.
LS그룹 초대회장을 맡은 구자홍 회장은 당시 만 65세가 지난 이후에 그룹의 경영권을 구자열 회장에게 넘겨주기로 약속했다.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은 2012년까지 10년 동안 초대 LS그룹 회장을 맡은 뒤 약속대로 66세가 되던 2013년 사촌인 구자열 회장에게 회장 자리를 물려줬다.
이 과정에서 잡음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구자홍 회장은 구자열 회장의 부탁으로 1년 더 LS그룹 회장을 맡을 정도로 우애를 보여줬다.
구자열 회장은 당시 “구자홍 회장의 나이와 능력을 볼 때 그룹 경영을 더 맡아야 한다”며 경영권을 넘겨주려는 구자홍 회장을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자열 회장은 올해 구자홍 회장을 LS니꼬동제련의 경영일선으로 다시 ‘모셔’ 구원투수 역할을 맡기는 등 여전히 사촌끼리 신뢰가 깊다.
LS그룹 오너 일가는 주력 계열사들의 경영도 골고루 나눠 맡고 있다.
LS그룹의 한 관계자는 “10년 룰, 65세 룰 등이 승계의 원칙으로 오르내리지만 LS그룹 오너 일가가 사촌끼리 돌아가며 회장직을 맡는다는 큰 틀에서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LS그룹 오너 일가는 지주사인 LS의 지분 보유 비율도 철저히 지키고 있다.
LS그룹 설립 당시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등 세 집안은 LS 지분 33.43%를 각각 4:4:2의 비율로 나눠 보유했다. 이 보유 지분율은 지금도 그대로다.
LS그룹의 지배구조가 LS를 제외하고 E1 계열, 예스코 계열, 가온전선 계열로 나뉘어져 오너 일가가 독립적인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점도 사촌의 화목경영이 가능한 배경으로 꼽힌다.
LS그룹의 지주회사인 LS는 LS산전, LS엠트론, LS니꼬동제련, LS전선을 지배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E1은 LS네트웍스 등의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또 예스코는 한성과 대한가스기기 등을 지배하고 있다. 가온전선은 모보를 거느리고 있다.
가온전선의 경우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아들인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 구자엽 LS전선 회장, 구자철 예스코 회장이 각각 3.14%, 4.67%, 2.72%씩 보유하고 있다.
E1은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아들인 구자열 LS그룹 회장, 구자용 E1 회장, 구자균 LS산전 회장이 각각 17.66%, 11.81%, 11.60%를 소유해 실질적 경영권을 나눠 확보하고 있다.
예스코는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자녀인 구자은 LS엠트론 부회장과 구은정 태은물류 대표가 각각 13.16%, 5.28%씩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LS그룹 오너 일가가 신뢰를 돈독히 쌓는 데 8인회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구자홍 회장과 구자열 회장 등 8명의 사촌형제는 매달 첫째 주 금요일에 모여 경영현안과 집안의 대소사를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S그룹 관계자는 “LS그룹 오너들은 회의뿐 아니라 사촌끼리 집안과 그룹 경영과 관련해 의견을 교류하는 경우가 잦다”며 “이런 과정에서 우애가 더 돈독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