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0-06-15 14: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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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기업 대만 TSMC가 화웨이의 일감을 잃더라도 글로벌 1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TSMC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차세대 기술인 3나노급 공정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 TSMC “화웨이 이탈해도 매출 문제없어”
15일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TSMC는 5나노급 공정에서 화웨이의 주문이 줄어들더라도 애플 또는 AMD의 주문을 더 확보할 수 있다”며 “TSMC의 올해 시설투자 규모도 화웨이 제재에 따른 우려와 달리 기존 전망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최근 미국 정부는 앞으로 TSMC 등 파운드리기업들이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의 반도체를 위탁생산하지 못하도록 하는 취지의 제재안을 내놨다.
화웨이가 TSMC 매출에서 10%대 비중을 차지하는 대형 고객인 만큼 미국 정부의 제재가 TSMC의 매출 부진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TSMC는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매출에 관해 별다른 우려를 보이지 않고 있다. 류더인 TSMC 최고경영자(CEO) 회장은 9일 주주총회에서 “하이실리콘의 주문 공백이 발생한다면 이른 시일 안에 대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TSMC는 최근 화웨이의 반도체 주문을 받지 않으면서 생산능력에 여유가 생기자 AMD에서 5나노급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추가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또 네덜란드 반도체기업 NXP와 5나노급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고 12일 발표하기도 했다. 2021년 NXP 고객사에 반도체 샘플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처럼 5나노급 공정에 관한 수요가 지속하면 TSMC는 화웨이 이탈에 따른 매출 감소를 상당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5나노급 공정은 2020년 TSMC 매출의 10%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5나노급 공정이 올해 상반기가 돼서야 양산에 들어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른 공정과 비교해 부가가치가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내년부터는 TSMC에서 5나노급 공정의 비중이 더욱 확대될 공산이 크다. 인텔, AMD, 애플, 엔비디아 등 여러 반도체기업이 TSMC를 통해 5나노급 반도체 출시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5나노급 반도체 고객사가 퀄컴 이외에 뚜렷하게 알려지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TSMC가 화웨이의 제재와 관계없이 지금처럼 삼성전자와 큰 격차를 유지하며 파운드리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0년 2분기 파운드리시장 점유율은 TSMC 51.5%(매출 101억500만 달러), 삼성전자 18.8%(매출 36억7800만 달러) 등으로 예상됐다. 2019년 2분기와 비교해 TSMC는 매출을 30.4% 늘리지만 삼성전자는 15.7%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트렌드포스는 “화웨이에 관한 미국의 제재는 TSMC의 가동률에 매우 적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바라봤다.
삼성전자가 TSMC와 파운드리 경쟁에서 3나노급 공정 상용화 등 기술적 부문의 ‘정면 승부’를 이어가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 기업별 3나노급 반도체 공정 비교. 삼성전자의 면적당 트랜지스터 밀도가 TSMC보다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 IC널릿지 >
◆ 삼성전자와 TSMC 3나노 대결, 누가 유리하나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나노급 공정에서 최근 새롭게 개발된 ‘MBCFET(다중가교채널 트랜지스터)’를 도입하는 반면 TSMC는 기존의 ‘핀펫’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구성요소인 트랜지스터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과 채널을 제어하는 ‘게이트’로 이뤄진다. 핀펫은 이전에 평면으로 만들어졌던 게이트를 요철 형태로 입체화해 게이트와 3면에서 맞닿게 함으로써 채널 통제력을 높인 것을 말한다. 채널 통제력이 높다는 것은 전력 효율과 성능이 기존보다 개선됐다는 점을 의미한다.
MBCFET는 핀펫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해 채널을 얇은 면 형태로 바꿈으로써 게이트와 접촉하는 면적을 더 키우는 기술이다. 채널을 선 형태로 바꾸는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을 삼성전자가 독자적으로 심화 발전시킨 것이다.
삼성전자는 MBCFET 기반 3나노급 반도체가 7나노급 핀펫 기반 반도체와 비교해 성능은 35%가량 개선되는 반면 차지하는 공간과 소비 전력은 각각 45%, 50% 감소한다고 본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3나노급 공정을 실용화하면 TSMC를 상대로 새 고객사를 유치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T매체 안드로이드헤드라인은 “삼성전자는 올해 GAA(MBCFET)기반 3나노급 공정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새 공정에 빠르게 진입하면 애플, AMD, 퀄컴 등 TSMC의 고객사를 차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3나노급 반도체가 무조건 TSMC의 것보다 앞선다고 보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반도체 성능을 결정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인 단위면적당 트랜지스터 밀도에서 TSMC가 삼성전자보다 우월하다는 의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도체전문 조사기관 IC널릿지는 TSMC가 3나노급 반도체에 제곱밀리미터(㎟)당 2억4700만 개에 이르는 트랜지스터를 싣고 삼성전자는 2억1600만 개를 탑재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3나노급 반도체 사이에서도 성능 차이가 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코로나19라는 변수도 두 기업의 3나노급 공정 경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TSMC는 당초 올해 말 3나노급 반도체 시험생산에 들어가기로 했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1년으로 미뤘다. 삼성전자도 코로나19로 장비 설치가 지연돼 3나노급 반도체 양산이 2021년에서 2022년으로 지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