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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2년 11월 30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이건희 삼성 회장 취임 25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용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삼성의 행보가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을 승계받기 위한 재원 마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곳간’으로 지목됐던 삼성SDS가 8일 드디어 기업공개를 발표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추진하고 있는 지배구조 개편이나 삼성SDS 기업공개를 놓고 볼 때 올해 안에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을 승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회장이 되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상왕’으로 이 부회장을 뒷받침하는 구도를 구축할 것이라는 얘기다.
삼성은 그동안 숨가쁘게 이재용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을 해왔다.
지난해 9월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부문 인수를 시작으로 지난 연말 삼성물산이 삼성SDI로부터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전량을 매입했다. 올해 초엔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이 있었고 삼성종합화학이 삼성석유화학을 합병하는 등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이어졌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전자부문의 지배구조를 정리했고 건설과 화학부문에 대한 지배구조 개편의 토대를 마련했다.
또 삼성생명이 삼성전기 등으로부터 삼성카드의 지분을 넘겨받고 삼성카드로부터 삼성화재의 지분을 사들여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부문의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삼성은 이어 이건희 회장이 귀국한 직후 삼성의 두뇌인 미래전략실 간부를 ‘젊은피’로 대거 바꿔 이재용 체제로 전환을 위한 인적 개편도 끝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삼성SDS 기업공개 결정은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자금 마련에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사실상 이재용체제로 전환을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난 셈이다. 이제 이재용 체제를 여는 ‘화룡점정’만 남게 됐다. 이 부회장이 ‘회장’에 취임할 일만 남았다는 얘기다.
◆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 열쇠, 삼성SDS
이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 11.25%를 보유한 3대 주주이자 개인 최대주주다. 또 삼성SDS는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순환출자구조에서 자유롭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전기 등 삼성그룹 계열사의 지분이 47.54%에 이르기 때문에 이부회장이 삼성SDS 지분을 매각해도 경영권 유지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 때문에 이부회장이 삼성SDS 기업공개를 통해 보유지분을 매각하고 이 자금을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재원으로 쓸 것이라는 분석은 이미 오래 전에 나왔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 외에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0.49%고 삼성에버랜드 지분은 25.10%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이 지분을 모두 처분하면 최대 3조7천억 원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아버지 이 회장의 삼성그룹 주식을 물려받기 위해 팔 수 있는 지분은 삼성SDS 주식이 유일하다.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 지분은 삼성그룹 경영권 확보에 직결되기 때문에 매각이 불가능하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려면 삼성SDS 지분을 매각하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
그런데 최소 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상속증여세를 마련하기 위해서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을 더 늘리는 작업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삼성SDS는 지난해 말 비상장 계열사인 삼성SNS를 합병했다. 삼성SNS의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은 이 합병으로 삼성SDS 지분을 대거 확보할 수 있었다.
삼성이 이재용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 이제 남은 과제는 금산분리 문제 해결과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건설과 화학부문의 개편 등이다.
◆ 이재용, 최소 1조2천억 손에 쥐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SDS의 지분가치는 최소 1조2186억 원에서 최대 1조3056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부회장은 현재 870만4312주의 삼성SDS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SDS는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지분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기가 어렵다. 다만 현재 장외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주가를 고려했을 때 이 부회장은 최소 1조2천억 원대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SDS 주식의 최근 장외시장 거래가격은 주당 14만~15만 원이다. 삼성SNS 합병 당시 평가됐던 주당 가치인 7만5220원보다 약 두 배 높다. 지난달 24일 이뤄진 지분 50만 주 거래 때도 주당 거래가격은 14만2천 원 정도였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 상장으로 1조 원이 넘는 차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을 확보하는 데 쓴 초기 투자금액은 100억 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 부회장은 1996년 삼성SDS의 유상증자 때 44억여 원을 들여 기존 주주들의 실권주를 사들였다. 또 그해 삼성SNS의 전신이었던 서울통신기술이 발행한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데 15억2천만 원을 썼다. 이 부회장은 삼성SNS가 삼성SDS에 합병되면서 지분율을 높일 수 있었는데 1999년 삼성SDS가 발행한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47억 원에 인수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도 거액을 손에 쥘 것으로 보인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은 각각 3.90%(301만8859주)의 삼성SDS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두 사람의 삼성SDS 지분가치는 최소 4226억 원에서 최대 4528억 원 정도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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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경제 사절단 자격으로 미국으로 출국한 뒤 업무를 마치고 지난해 5월 21일 경기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뉴시스> |
◆ 이건희의 삼성생명 지분 먼저 넘겨받을 가능성
이 부회장은 삼성SDS 상장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1조2천억 원의 자금을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어떻게 쓸 것인가?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이 회장의 지분을 넘겨받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이 보유한 주식을 넘겨받아야만 삼성 오너로서 실질적으로 삼성그룹을 지배할 수 있다.
이 회장은 현재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에버랜드, 삼성물산, 삼성SDS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을 지배하기 위해 반드시 물려받아야 할 것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주식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을 처분한 현금만으로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물려받기에 역부족이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지분 3.38%를 소유하고 있는데 시가로 계산하면 6조7303억 원이 넘는다. 이 부회장이 이 지분을 물려받으려면 최소 3조원 이상의 상속증여세를 내야 한다. 1조2천억 원의 삼성SDS 지분만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주목되는 것이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이다. 이 회장은 삼성생명 지분 20.76%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환산하면 3조8779억 원 정도다. 삼성전자를 물려받을 때보다 1조 원 적은 약 2조 원 정도의 세금이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을 처분하면 삼성생명 주식을 충분히 물려받을 수 있다. 여의치 않을 경우 여동생인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의 지분까지 동원하면 삼성SDS 지분만 처분해도 2조 원 정도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어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을 물려받는 데 부족함이 없다.
삼성생명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관련해 특별한 존재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2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굳이 삼성전자 지분을 무리하게 확보하지 않더라도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을 물려받는다면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충분히 지배할 수 있다.
또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 지분 확보로 삼성그룹의 금융부문도 장악할 수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삼성전기 등 계열사들의 지분 매각으로 비금융 계열사와 순환출자를 이미 해소한 상태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삼성카드와 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 지분을 사들이면서 삼성생명 중심의 수직계열화도 거의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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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 먼저 회장 취임 뒤 삼성SDS 주가가 오르면 상속할 수도
문제는 이 부회장이 현재 보유한 0.57%의 삼성전자 지분만으로 삼성전자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지배권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정통성 시비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이 회장과 어머니 홍라희 리움 관장이 보유하는 삼성전자 지분까지 모두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이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 매각을 서두르지 않고 상장 후 주가가 충분히 오를 때까지 기다릴 가능성도 있다. 이 부회장이 먼저 삼성전자 회장에 취임한 뒤 아버지 이 회장의 도움을 받아가며 경영한다는 것이다. 삼성SDS의 주가가 최대한 오른 시점에서 매각해 이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는다는 시나리오다.
재계는 이 시나리오가 더욱 유력하다고 본다. 삼성이 이재용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더 이상 미루기 어렵기 때문에 일단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취임이 먼저 이루어질 거라는 추측이다. 삼성SDS가 상장되더라도 대주주의 경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일정 기간 동안 지분 매각이 제한돼 당장 실탄을 마련하기 어려운 점도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충분히 시간을 두고 삼성SDS 지분을 매각해 이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재용 체제로 전환한 뒤 이건희 회장이 측면 지원을 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이재용체제로 전환하는 것보다 과도기를 두는 것이 리스크가 덜하다는 얘기다.
삼성생명이 2009년 11월 상장을 발표했을 때 벌어졌던 ‘상장대박’이 삼성SDS에서도 재현될 수도 있다. 삼성생명 주가는 상장 전 장외시장에서 주당 40만~50만 원이었다. 그런데 상장 직후인 2010년 5월14일 121만1천 원까지 치솟았고 2011년 4월까지 100만 원을 유지했다.
이런 경우라면 이부진 사장이나 이서현 사장은 삼성SDS 지분으로 호텔신라와 제일기획의 지분을 확보하는 데 동원할 수도 있다. 두 자매는 호텔신라와 제일기획의 사장을 맡고 있으나 이들 회사를 지배할 수 있는 지분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두 자매는 삼성SDS 지분을 매각해 각각 확보할 수 있는 5천억 원 안팎의 현금으로 삼성그룹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호텔신라와 제일기획의 지분을 사들이거나 혹은 지분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들 회사의 대주주에 오를 수도 있다.
◆ 삼성SDS 상장 어떻게 진행되나
삼성SDS는 8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올해 안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것을 결의했다. 삼성SDS는 “국내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해외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며 “상장으로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발돋움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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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동수 삼성SDS 대표이사 사장 |
윤상우 삼성SDS 전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해외에서 빅데이터나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먹거리사업에 집중하려면 자본조달이 필요했는데 그러려면 상장을 해야 했다”고 밝혔다. 윤 전무는 “아직 어느 정도의 주식을 공개할지 정하지 않았다”며 “주관사와 논의를 거쳐 물량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동수 삼성SDS 사장은 “삼성SDS는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ICT서비스를 이끄는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 사장은 “클라우드나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신성장 기술을 확보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통신과 헬스케어, 리테일 및 호스피탈리티 분야에 대한 솔루션 및 서비스를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S는 이달 안으로 상장 대표주관사를 선정한다. 삼성SDS는 이미 이날 오후 15개 국내외 증권사들에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전달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SDS는 오는 16일까지 증권사로부터 제안서를 받아 21일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고 23일 최종적으로 선정기업을 발표한다. 삼성SDS가 상장에 속도를 내자 기업공개(IPO)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증권업계는 삼성SDS가 상장과 동시에 시가총액 20위 안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SDS가 발행한 주식은 총 7225만6772 주로 주당 14만원으로 평가했을 때 시가총액은 10조1159만원이다. 주당 15만으로 평가하면 10조8385억 원에 달해 시가총액 11조원으로 18위를 차지하고 있는 LG전자를 위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