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카메라를 화면 아래 숨긴(언더 스크린 카메라) 스마트폰을 중국 기업보다 먼저 출시할 수 있을까?

삼성전자는 뛰어난 스마트폰 성능을 무기로 세계시장을 선도해 왔는데 중국 기업에 최초의 언더 스크린 카메라 타이틀을 넘겨주면 이런 초격차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 화면 아래 카메라 숨긴 스마트폰을 중국보다 먼저 내놓을까

▲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


9일 IT매체 기즈차이나 등에 따르면 중국 디스플레이기업 비전옥스는 최근 언더 스크린 카메라 디스플레이 솔루션을 양산할 준비를 마쳤다고 발표했다. 기업이 직접 언더 스크린 카메라 양산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언더 스크린 카메라는 디스플레이 아래로 카메라를 숨기는 차세대 기술로 풀스크린이라고도 이른다.

쉽게 말해 스마트폰에서 앞쪽 카메라 구멍을 없애면서도 카메라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다.

언더스크린 카메라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카메라모듈을 디스플레이 아래에 넣을 수 있을 만큼 소형화해야 한다. 그리고 카메라 촬영을 방해하지 않을 만큼 투명한 디스플레이가 필요하다. 디스플레이를 통해 촬영된 사진의 화질을 보정하는 소프트웨어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비전옥스는 디스플레이에 새로운 필름 재료를 적용해 투명성을 개선하고 빛 번짐(회절) 현상을 줄였다.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협력해 화질 보정을 위한 소프트웨어도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즈차이나는 “비전옥스의 새 솔루션이 언제 상용화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면서도 “아직 상반기인 만큼 2021년 이전에 스마트폰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화웨이 등 중국 기업 쪽에서 최초의 언더 스크린 카메라 스마트폰이 나올 공산이 크다.

비전옥스는 대체로 화웨이, 샤오미와 같은 중국 모바일기업에 부품을 납품해 왔다. 또 화웨이는 최근 카메라 구멍이 없는 스마트폰에 관한 디자인 특허를 내기도 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올해 안에는 언더 스크린 카메라를 채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8월 공개될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노트20’ 시리즈는 현재까지 유출된 디자인을 보면 기존 제품과 같은 펀치홀 카메라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펀치홀 카메라는 디스플레이에 카메라 구멍만 노출한 것을 이른다.

기술매체 보이지니어스리포트(BGR)는 “삼성전자는 내년 스마트폰 ‘갤럭시S21(가칭)’에 언더 스크린 카메라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는 이미 이런 화면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에서 언더 스크린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먼저 나오면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 시리즈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

디스플레이에 언더 스크린 카메라가 적용되면 기존 스마트폰과 달리 사용자가 디스플레이 전체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디스플레이 크기가 같아도 다른 제품보다 화면 사용성이 더 개선되는 것이다. 

큰 화면을 바탕으로 S펜 사용자 경험을 내세우는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강점이 덜 부각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화면 아래 카메라 숨긴 스마트폰을 중국보다 먼저 내놓을까

▲ 비전옥스가 개발한 언더스크린 카메라 디스플레이. <비전옥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도 비전옥스와 협업하는 중국 기업과 비슷한 시기에 언더 스크린 카메라 스마트폰을 내놓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IT매체 폰아레나는 “삼성전자는 상위 보급형 ‘갤럭시A’ 시리즈에서 미래 지향적 요소를 시험하기 때문에 계속 살펴봐야 한다”며 “예상보다 빨리 언더 스크린 카메라 스마트폰이 나올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언더 스크린 카메라를 서둘러 도입한다 해도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 돋보일 수 있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IT매체 맥오카타라에 따르면 애플 역시 2021년 ‘아이폰13(가칭)’ 시리즈부터 언더 스크린 카메라 적용을 계획하고 있다.

언더 스크린 카메라 기반 스마트폰의 출현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폴더블(접는) 스마트폰을 세계적으로 상용화하는 등 ‘하드웨어 초격차’를 보이며 스마트폰시장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하드웨어 중심 차별화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20울트라’를 출시하며 1억 화소 카메라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샤오미와 오포, 비보 등 중국 기업들이 곧 스마트폰에 1억5천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할 것으로 전망돼 화소 경쟁에서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게 됐다.

폴더블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화웨이와 모토로라 등에서 잇따라 관련 제품을 내놓으며 삼성전자를 따라잡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