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관련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부인 조은주씨와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한국어에 서툰 약점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면서 아내인 조은주씨를 앞세워 기자회견문을 한국말로 낭독하게 했다.
신 전 부회장은 이어진 일문일답에서도 기자들의 질문에 기자들을 대상으로 답변하지 않고 통역에게 듣고 통역에게 말해 기자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한국어에 서툴고 일본어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다.
롯데그룹이 과연 한국기업인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된 상황에서 국민들의 반감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신 전 부회장은 8일 긴급 기자회견장에 부인 조은주씨와 김수창 변호사, 조문현 변호사, 민유성 SDJ코퍼레이션 고문과 함께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나타났다.
신 전 부회장은 “제가 답변을 준비했으나 우리말이 서툴러서 아내가 대독하겠다”라는 짧은 한국어 인사말만 했다.
신 전 부회장이 이렇게 밝히자 기자들은 교차통역으로 직접 기자회견을 하자고 요청했으나 조은주씨가 기자회견문을 읽는 방식으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그룹이 한국기업이냐 일본기업이냐”라는 질문을 받자 통역과 귓속말을 주고받은 뒤 통역을 통해 “국제적 글로벌 기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달 1일 일본으로 출국한 뒤 한 달이 지난 뒤에야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 전 부회장은 이날 롯데그룹 뱃지를 달지 않았다. 신 전 부회장은 기자회견장에서 'SDJ 코퍼레이션' 회장이라고 소개됐다. SDJ코퍼레이션은 신 전 부회장이 한국에서 제기한 각종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세운 법인으로 보인다.
다음은 신 전 부회장과 일문일답이다. 통역은 조문현 변호사가 맡았다.
- 신 전 부회장이 지분이 많다고 주장하는데 왜 이사회는 장악 못했는가. 이사회를 다시 열 경우 승리할 수 있는가?
“롯데그룹을 창업한 뒤 70년 동안 이끌어 온 신격호 총괄회장도 이사들과 주주들을 지배하지 못했다. 나도 똑같은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한다. 신동빈 회장은 신 총괄회장과 나를 함께 해임했다.”
- 공정거래위원회가 일본롯데홀딩스 지배구조 등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제출할 것인가?
“지분구조 요청은 절차를 밟아서 제출할 것이다.”
- 신격호 총괄회장을 두고 건강이상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버지의 판단력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 '동생을 포함한 관련자들의 처벌을 원한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는데 여기서 말하는 관련자는 구체적으로 누구를 뜻하는가?
“일본에서 이사회 결의를 무효화 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불법 이사회에 참여해서 결의한 이사를 대상으로 한다고 보면 된다. 구체적으로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 신격호 총괄회장은 왜 직접 오지 않았는가. 직접 나와서 밝히면 되는 문제 아닌가?
“신 회장의 명의가 들어간 소송은 위임장을 근거로 해서 제기됐다. 명의는 본인 명의를 사용하는 것이다. 총괄회장이 90세가 넘는 고령이기 때문에 기자들과 만나서 얘기를 나누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비디오를 찍고 위임장을 줬다.”
- 신동빈 회장과 연락한 적 있는가?
“수 차례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지난 7월과 8월에 만나서 얘기를 나눈 적이 있지만 9월 이후 없다.”
- 신 총괄회장의 위임장이 법적 효력이 있는 지가 궁금하다.
“신 총괄회장의 위임장은 이 사건과 관련된 모든 법률행위를 대리할 수 있는 포괄적 위임장이다.”
- 한국에서 진행하는 손해배상 소가는 얼마인가?
“12억 원이다. 금액은 추후 높아질 수 있다.”
- 승산은 있나?
“일본과 한국에서 3개 소송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는데 100% 이긴다고 본다.”
- 신동빈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와 롯데그룹은 일본기업인지 한국기업인지 입장을 밝혀달라.
“신 회장은 경영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잘한 부분도 있지만 최근 중국에 진출하면서 상당한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적자가 한국 계열사에 영향을 줬고 이에 근거해 경영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롯데그룹은 국제적 글로벌 기업이다.”
- SDJ코퍼레이션의 이사회에 대해 설명해 달라.
(민유성 고문 답변) “SDJ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이니셜이다. 신 전 부회장은 그동안 한국에 베이스가 필요 없었다. 일본에서 한국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신동빈 회장이 룰을 깨버렸기 때문에 한국법인을 설립하는 등 기반이 필요했다.
SDJ는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사무실도 공사 중이고 신 전 부회장이 단독 이사로 취임해 있다. 신 전 부회장이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필요한 조직과 인원을 갖춰나갈 것이다.”
- SDJ코퍼레이션 고문을 맡은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은 신 전 부회장과 어떤 사이인지 말해 달라.
“민 전 산업은행장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한국에서 문제가 발생해서 상의하게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