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가 부동산을 매각하고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의 일환이라고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문덕 회장이 3월 말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주류시장에서 배수의 진을 치며 격전을 예고했는데 하이트진로의 유동성 확보를 놓고 여러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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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 |
하이트진로는 400억 원대의 서울 청담동 빌딩과 1천억 원대의 서울 서초동 빌딩의 매각을 추진중인 것으로 8일 알려졌다. 하이트진로는 이날 부동산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지만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하이트진로가 이 건물을 모두 처분하면 1400억 원을 확보하게 된다. 또 하이트진로 소유의 건물은 청담동 하이트진로빌딩 한 곳만 남게 된다.
하이트진로는 “해당 부동산은 유휴부동산으로 매각을 추진 중”이며 “매각금액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의 부채비율은 156.9%로 경쟁사인 OB맥주의 94.6%와 롯데칠성음료의 58.6%보다 다소 높은 편이다.
하이트진로의 자금확보에 다른 의미가 있다고 보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3월 말 하이트진로그룹 오너인 박문덕 회장은 대표이사를 사임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사퇴 이유는 신사업 구상과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를 들었다.
그러나 업계는 박 회장이 OB맥주에 빼앗긴 1위 자리를 만회하기 위해 자금확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주류시장은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맥주시장은 OB맥주와 하이트의 양강 구도에 롯데가 최근 클라우드를 출시하며 3파전 양상으로 재편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하이트는 줄곧 1위를 지키다 2011년 말 1위 자리를 OB맥주에 내주고 점유율도 40%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또 소주시장에서 진로의 참이슬과 롯데의 처음처럼이 1, 2위를 지키는 가운데 경남 기반 소주 ‘좋은데이’가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맥주와 소주 양쪽에서 만만찮은 도전을 받고 있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초 박 회장이 죽기를 각오하면 산다는 필사즉생의 정신을 임직원들에게 요구한 적이 있는데 올해 주류시장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자금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사업을 위한 자금 마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회장이 하이트진로 대표이사를 사임할 때 하이트진로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 주류시장 자체가 정체”라며 “박 회장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한 발 물러나 큰 그림을 그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자금을 축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창업주 박경복 회장의 뒤를 이어 2001년부터 경영을 해 왔다. 박 회장의 장남 박태영 전무는 지난해 4월 경영관리실 실장으로 임명됐다가 8개월만인 12월 전무로 승진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박 전무는 영국 메트로폴리탄대학을 졸업하고 경영컨설팅 기업인 엔플렛폼에서 기업 인수합병 업무를 전문적으로 해 왔다. 이 때문에 박 전무 중심으로 하이트진로가 신사업 진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부동산 매각은 이를 위한 자금 확보라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