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이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를 기점으로 국내외에서 실적 부진을 거듭하는 것을 두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영업이익 규모가 2016년 1조828억 원에서 2019년 4982억 원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2020년 1분기 영업이익이 2019년 같은 기간보다 67% 줄어드는 등 실적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부진에는 인수합병에 소홀했던 점이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소극적 인수합병으로 브랜드를 다각화하지 못하는 사이 중국 화장품시장은 더욱 경쟁이 치열해졌고 코로나19 등 외부환경은 악화됐다는 것이다.
서 회장이 그동안 인수합병에 인색했던 것은 외부투자에 관해 부정적 고정관념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국내에서 최고 수준의 연구진과 마케팅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어 거액을 들여 외부에서 무형자산을 사는 것은 아까웠을 수 있다.
회사 내에서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제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오페 에어쿠션’의 성공은 이런 생각을 더 확고하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유통망은 중국과 한국에 한정돼 있어 인수합병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을 수도 있다.
글로벌 화장품기업들은 세계 유통망을 바탕으로 작은 규모의 브랜드도 쉽게 키울 수 있지만 아모러퍼시픽그룹은 한국과 중국에 유통망이 한정돼 있다보니 성공 가능성이 확실한 브랜드를 찾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이야기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11년 프랑스 브랜드 ‘아낙구딸’을 인수하기도 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아모레퍼시픽이 7천억 원에 가까운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여전히 브랜드 투자전략은 마몽드, 라네즈의 세계화를 위한 마케팅과 인큐베이팅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바라봤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는 사이 세계 1위 화장품기업 로레알은 국내 화장품기업 ‘스타일난다’와 중국 마스크제조업체 ‘매직’ 등을 인수하며 중국 화장품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스타일난다의 화장품 브랜드 ‘쓰리컨셉아이즈(3CE)’는 중국 색조화장품부문 인지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로레알은 이런 인수합병을 바탕으로 2020년 1분기 중국에서 매출이 2019년 1분기보다 6%나 늘었다. 코로나19로 영업환경이 최악의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서 회장도 앞으로 인수합병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것으로 예상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강점이었던 중저가 화장품시장은 이제 다른 벤처브랜드에게 위협을 받고 있고 방문판매와 오프라인 채널은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다.
화장품업계에도 큰 변화의 흐름이 온 것인데 이에 빠르게 대처하는 방법 가운데 인수합병만큼 효과적 방법은 없다.
서 회장도 이미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자회사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3월26일 호주 고급스킨케어 전문기업 ‘래셔널그룹’에 488억 원을 투자했다. 이번 투자로 아모레퍼시픽은 래셔널그룹 지분 49%를 보유하게 됐는데 아모레퍼시픽이 최근 진행한 투자규모 가운데 가장 크다.
국내에서도 화장품기업 매물이 나오고 있다.
현재 1020세대에서 인지도가 높은 화장품 브랜드 '삐아'를 운영하는 스카이007과 비아로사 경영권이 매물로 나왔다. 또 색조화장품으로 유명한 ‘투쿨포스쿨’도 노무라증권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두 브랜드 모두 색조화장품에 강점이 있다는 점에서 기초화장품에 치우쳐진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종대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로 면세점과 온오프라인 유통망이 급변하고 있는데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이기도 하다”며 “아모레퍼시픽은 2019년부터 나름대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데 이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도약의 기회로 삼을 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