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신용평가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한화건설은 대규모 영업적자가 났던 2014~2015년 이후 적극적 체질 개선을 통해 이전보다 이라크 신도시사업에 영향을 덜 받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꾸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건설은 최근 저유가와 코로나19로 이라크 신도시사업 공사가 ‘슬로우다운(Slowdown)’ 되고 미수금도 2018년 말 1900억 원에서 올해 2월 7060억 원으로 급증하면서 지난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건설업계에서 나왔다.
한화건설은 2015~2017년에도 이라크 정세 불안으로 신도시 공사가 지연되고 대금 지급이 미뤄지는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해외 플랜트사업에서 생긴 대규모 손실에 이라크 신도시사업 차질까지 겹치면서 2014~2015년 영업적자를 각각 4천억 원 이상씩 봤다.
다만 지금은 과거 대규모 영업적자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해외플랜트가 한화건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전보다 높지 않고 국내사업 비중도 확대돼 외부 변수가 수익성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김상수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한화건설은 2014년 이후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했던 중동 플랜트 관련한 손실요인이 상당부분 해소됐다”며 “올해 3월 말 기준 해외플랜트 계약잔액이 1115억 원으로 향후 공정 진행에 따른 손실부담도 크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한화건설의 매출구조도 어려움이 시작됐던 2014년과 비교해 달라졌다.
한화건설은 2014년 말 기준으로 매출의 53.57%를 국내사업에서, 41.4%를 해외사업에서 거두고 있었는데 올해 1분기 말에는 국내사업 71.71%, 해외사업 22.29%로 주택을 포함한 국내 비중이 높아지고 변동성이 큰 해외사업 비중이 낮아졌다. 한화토탈, 한화케미칼 등 계열사 일감도 2014년 2%에서 2019년 25%로 늘었다.
홍세진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한화건설은 적극적 국내 건축·주택사업 확대와 계열 관련 일감 확보로 매출 구조가 다변화했다”며 “이라크 신도시사업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중장기 사업기반은 안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광호 사장은 과거 이라크 신도시사업을 총괄해 무리 없이 진행한 공로로 한화건설 대표에 올랐다. 2015년 6월 사장 취임 뒤에는 이라크 신도시사업 관련 미수금을 회수하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뛰었다.
이라크 총리를 지속해서 만나면서 사업 정상화를 위해 힘썼고 그 결과 2016~2019년 미수금을 2조 원 이상 받아 선투입 공사대금 대부분을 회수했다. 한화건설은 2018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2912억 원, 2019년 2950억 원으로 지속해서 실적을 개선했다.
최 사장은 올해 들어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자 이라크 현지에 발이 묶인 직원들에게 “지금의 위기상황 역시 우리 임직원들이 하나 돼 잘 극복할 것이라 믿는다. 저 또한 빠른 시일 안에 현장으로 달려가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편지를 보내는 등 정성을 들였다.
최 사장에게 이라크 신도시사업이 지니는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은 만큼 앞으로 사업 정상화를 위해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5월 새로 선출된 이라크 총리가 신도시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점은 다행이다. 한화건설은 상반기 안에 전체 미수금의 절반가량을 회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이라크는 서방세계와 달리 총리의 말 한마디에 정부 부처가 새로 생길 만큼 그 권한이 막강한 나라”라며 “이라크 정부의 사업 추진 의지가 높은 만큼 조만간 사업이 정상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사업은 이라크에 10만호 규모의 주택을 포함한 신도시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로 한화건설은 2012년 이 사업을 따냈다.
한화건설이 따낸 비스마야 신도시사업 전체 수주금액만 12조 원이 넘는다. 비스마야 신도시사업의 1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도 7조4천억 원가량으로 한화건설 전체 수주잔고의 50%에 이르는 등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