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가 대형 교량과 도로 등을 운영·유지관리(O&M)하는 해외사업을 따내는 물꼬를 텄다.
김진숙 사장은 4월 초 취임 뒤 특히 해외사업을 내걸었는데 기분 좋은 출발을 하게 됐다.
운영·유지관리는 장기간 진행되는 만큼 해외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단으로 평가된다. 한국도로공사가 공기업으로서 민간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26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30년까지 1천㎞ 규모의 해외 교량·도로 등을 운영·유지관리하겠다는 목표을 세워 해외사업 수주 확대에 힘쓰고 있다.
운영·유지관리는 기계나 발전소, 사회간접자본(SOC) 등이 제대로 운영되도록 계속 관리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보수까지 맡는 업무를 말한다.
한국도로공사는 국내에서 일부 민자도로를 제외한 대부분의 고속도로망을 운영·유지관리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관련 사업을 수행한 전례가 없었다.
26일 카자흐스탄 알마티 외곽순환도로를 운영·유지관리하는 계약을 확정하면서 해외시장 진출의 물꼬를 트게 됐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한국도로공사는 운영 및 유지관리부문에서 풍부한 노하우와 전문인력을 갖췄지만 해외 운영실적이 없었던 점이 현지 진출에 걸림돌이 됐다”며 “이번 알마티 순환도로 수주로 운영실적을 쌓을 길이 열린 만큼 앞으로 사업 확대에 힘을 실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카자흐스탄에 이어 대형 교량인 방글라데시 파드마대교와 브루나이 템부롱대교의 운영·유지관리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파드마대교와 관련해서는 감리사업을 수행한 점을 토대로 운영과 유지관리부문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가격제안서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아시아국가 중심으로 운영·유지관리 수주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 운영실적을 바탕으로 성장성 높은 중남미와 아프리카시장에 장기적으로 진출할 계획을 세웠다.
한국도로공사는 현재 중장기 해외진출 전략을 짜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는데 여기서도 운영·유지관리가 핵심 사업으로서 검토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 운영·유지관리시장을 선점한 글로벌 기업들의 현지화 전략 등을 분석하는 별도의 연구용역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도로공사는 시공감리와 기술컨설팅 위주로 해외사업을 추진해 왔다. 핵심사업인 건설부문에서 국내 민간기업과 경쟁하는 일을 피해왔던 점 등이 반영됐다.
해외사업의 수익성도 비교적 낮은 편이었다. 한국도로공사는 2005년 해외사업을 시작했는데 당시부터 2019년까지 연간 평균 수주금액이 100억 원 정도에 머물렀다.
반면 도로 운영·유지관리사업은 비교적 많은 수익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주규모가 큰 데다 사업 수행기간도 최소 10년 이상이다.
이번에 체결된 알마티 외곽순환도로의 운영·유지관리 수주금액은 1750억 원 규모다. 도로공사가 이 도로를 운영·유지관리하는 기간도 준공 후 16년에 이른다.
글로벌 도로시장도 꾸준히 커지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도로시장 규모는 연평균 2.1%씩 커져 2020년 말 95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김진숙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4월 취임 당시 해외시장 진출을 강조하면서 “새 시장을 찾아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혁신적 사업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과도 맞물린다.
한국도로공사가 민간기업과 협업을 확대하는 데도 유리하다. 설계·건설을 맡은 민간기업과 협력하거나 중소기업과 함께 운영·유지관리사업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알마티 외곽순환도로의 사례를 살펴보면 SK건설이 도로 건설을 맡고 있다. 운영·유지관리 수주가 유력한 파드마대교에서는 한국도로공사가 평화엔지니어링 등 국내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
김진숙 사장도 운영·유지관리를 비롯한 해외사업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운영·유지관리 등을 통한 안정적 수익 확보와 국내 민간기업의 해외진출 뒷받침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