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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지난 8월20일 삼성페이와 우리은행의 제휴로 선보인 '우리삼성페이'를 시연하고 있다. |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 완화로 자율경영의 보폭을 넓히게 됐다.
이 행장은 더욱 공격적인 경영으로 우리은행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행장이 안아야 할 우리은행 민영화에 대한 부담도 더욱 커지게 된다.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공적자금을 투입한 금융회사에 대한 경영정상화 이행약정 개편안을 2일 발표했다.
이명순 금융위 구조개선정책관은 “경영정상화 이행약정의 수준을 일반 시중은행과 비슷하게 개편하는 것을 원칙으로 우리은행의 요구사항을 상당 부분 수용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경영정상화 이행약정의 완화요건에 ‘공적자금 누적회수율 50% 초과’를 추가했다. 기존에는 예금보험공사의 보유지분율이 50% 밑으로 내려간 금융기관에만 완화된 경영정상화 이행약정을 적용할 수 있었다.
우리은행은 9월 기준으로 공적자금 누적회수율 64.2%를 기록해 이번 경영정상화 이행약정 개편안의 완화대상에 포함됐다.
우리은행은 앞으로 비용통제지표인 ‘판매관리비용률’과 생산성지표인 ‘1인당 조정영업이익’을 평가받지 않는다.
판매관리비용률은 전체 판매관리비를 조정영업이익으로 나눈 것이다. 1인당 조정영업이익은 전체 조정영업이익을 임직원 수로 나눈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판매관리비용률 삭제로 우리은행은 광고비용을 늘리거나 지점을 추가로 개설해 영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며 ”1인당 조정영업이익이 제외되면서 인력채용과 구조조정도 더 유연하게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우리은행의 수익성을 평가하는 지표도 다른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만 사용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우리은행에 경영정상화 이행약정 목표를 부여할 때 IT투자 등 일회적이거나 비경상적인 요인을 제외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에서 비용이 일시적으로 많이 나가 목표치를 이루지 못할 부담을 덜어준 것이다.
금융위는 경영정상화 이행약정의 해지요건도 완화했다. 기존에는 예금보험공사가 최대주주 위치에서 내려왔을 때만 이행약정이 해지됐다.
앞으로는 예금보험공사가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게 될 때도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경영정상화 이행약정을 해지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현재 몇몇 주주들이 지분 4~10%를 각각 보유하는 과점주주 매각방식으로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우리은행은 과점주주군이 구성될 경우 바로 경영정상화 이행약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금융위는 수익성지표관리 조항을 제외한 나머지 개편안을 이르면 1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수익성지표관리 조항은 시행령 개정이 필요해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광구 행장은 자율적인 경영을 보장받으면서 신사업 진출과 대출영업 강화에 매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의 수익성을 극대화해 민영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경영정상화 이행약정이 완화돼도 이 행장이 우리은행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일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우리은행 주가는 경영정상화 이행약정 개편안이 발표된 2일 전날보다 0.53% 떨어진 9430원에 머물렀다.
은행권 관계자는 “전임자인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도 우리은행 민영화 실패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났다”며 “경영정상화 이행약정이 완화됐지만 우리은행 주가가 오르지 않거나 민영화가 늦어진다면 이 행장이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