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 새로 설립하는 지주회사 TY홀딩스 아래로 SBS를 옮기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TY홀딩스가 SBS 지배구조의 꼭대기에 서려면 공정거래법, 방송통신법 등 각종 규제 문제를 돌파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을 얻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22일 방송업계와 건설업계 관계자의 의견을 종합하면 태영그룹은 SBS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의 최대주주를 TY홀딩스로 변경하는 것과 관련해 방통위에 제출할 구체적 이행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TY홀딩스가 SBS미디어홀딩스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지 여부는 이 이행계획의 내용에 달려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태영그룹은 태영건설이 보유한 SBS미디어홀딩스 지분 61.42%를 TY홀딩스로 옮기기 위해 방통위에 사전승인을 신청했지만 19일 이행계획 구체화를 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승인 결정을 받았다.
방통위가 사실상 승인 보류 결정을 내린 것인데 윤 회장이 방통위 요구를 충족할 만한 계획을 내놓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TY홀딩스로 SBS미디어홀딩스의 대주주가 변경되면 SBS가 공정거래법 위반상태에 놓인다는 점을 지적했다.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TY홀딩스-SBS미디어홀딩스-SBS-SBS자회사(SBSAT&T, DMC미디어, SBSM&C 등)의 지배구조가 갖춰지면 TY홀딩스의 손자회사인 SBS가 SBS 자회사 지분 100%를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SBS는 12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의 지분 100%를 보유하는 데는 수백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SBS 노조 등은 추산하고 있다.
재무적 부담을 감수한다면 SBS가 마련할 수 있는 수준의 금액으로 여겨지지만 문제는 SBS가 놓인 상황에서 일부 자회사들의 지분을 100%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광고판매를 담당하는 SBSM&C가 대표적이다. 방송광고법은 지상파나 종합편성채널이 광고판매회사 지분을 40% 넘게 보유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윤 회장이 공정거래법을 지키기 위해서는 SBS 수익구조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는 SBSM&C를 처분하거나 SBS미디어홀딩스의 자회사로 옮기는 등의 방안을 내놓아야 하는 것인데 이를 실행하면 SBS 수익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클 수 밖에 없다.
방통위는 태영그룹이 SBS미디어홀딩스 대주주 변경으로 SBS의 미래수익성을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도 요구했다.
게다가 윤 회장은 SBS를 향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태영그룹의 자산규모를 10조 원 아래로 유지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방송법은 재벌 등 대기업의 방송진출을 통한 여론 독점 등을 막기 위해 자산 규모 10조 원 이상의 기업은 지상파 방송사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태영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산규모가 9조7천억 원에 이르렀다.
최근 수처리 분야에서 자회사인 TSK코퍼레이션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데다 폐기물처리회사 코엔텍의 인수도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져 올해 자산 규모가 1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방통위 위원들도 19일 의견청취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고 이 부분에 관련한 질문을 했지만 윤 회장은 뾰족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영그룹은 방통위 심사를 통과하기 위한 이행계획 진척 상황과 향후 계획 등을 묻는 질문에 말을 아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아직 심사중인 사항인 만큼 특별히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