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자금을 어떻게 마련할까?
금호고속을 활용한 자금 마련이 유력한데 '묘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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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박 회장은 9월 말 칸서스자산운용에 금호고속을 되팔았다. 하지만 매각자금을 직접 금호산업 인수에 사용할 수 없는 만큼 박 회장이 어떻게 자금을 마련할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10월24일까지 금호산업 인수자금 조달계획을 채권단에 제출해야 한다. 그 뒤 12월30일까지 인수대금 7228억 원을 채권단에 납부해야 금호산업 인수가 마무리된다.
박 회장은 전략적 투자자와 재무적 투자자를 동원해 인수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이 어떻게 자금을 마련할지를 놓고 업계에서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칸서스자산운용이 박 회장을 우회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가장 유력하게 꼽힌다.
칸서스자산운용이 8월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 칸서스KHB는 9월 말 금호고속 지분 100%를 3990억 원에 사들였다.
그러나 박 회장은 금호터미널에 유입될 금호고속 매각자금을 금호산업 인수에 곧바로 쓸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순환출자 고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9월 말 박 회장에게 금호고속 매각대금을 금호산업 인수자금으로 쓰지 말라고 통보했다.
칸서스자산운용은 금호고속 지분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융자를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칸서스자산운용이 금호고속을 담보로 2천억~3천억 원 정도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칸서스자산운용은 이 자금을 앞세워 박 회장의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공식적으로 금호고속 매각이 “금호터미널 차입금 상환 및 유동성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박 회장이 이 자금을 금호산업 인수에 쓸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회장은 일정 정도 손해를 보면서 칸서스 측과 금호고속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금호고속 매각가는 금호터미널이 인수했을 때보다 160억 원 낮았다.
또 금호터미널이 칸서스KHB에 담보를 제공해 칸서스KHB가 금호고속을 매입하는 것을 도왔다. 금호터미널은 칸서스KHB가 농협,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으로부터 빌린 700억 원에 대해 코에프씨-IBK 사모펀드 출자지분과 예금 등으로 칸서스KHB에 915억 원 가량의 담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칸서스자산운용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도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김영재 칸서스자산운용 회장과 박 회장은 광주제일고 선후배로 돈독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을 되찾은 뒤 다시 금호고속을 되찾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금호고속이 그룹의 모태기업으로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호터미널이 금호고속 매각계약을 체결할 때 금호터미널이나 금호터미널이 지정한 사람이 6개월 뒤부터 2년3개월 안에 주식을 되살 권리인 콜옵션을 붙였다.
금호터미널은 앞으로 콜옵션 행사가 가능한 시기에 금호고속 매각대금으로 다시 금호고속을 인수하는 데 쓸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채권단이 이런 박 회장의 인수방식을 인정할지 여부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 자금 마련과 관련해 “논란이 되는 일은 벌이지 않을 것”이라며 “별도로 인수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