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건자재업계와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미국과 유럽 등 모멘티브의 주요 영업지역에서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심화하면서 KCC는 당분간 실적 개선이 불투명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파악된다.
KCC는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2600억 원, 영업이익 206억 원을 거뒀다. 1년 전과 비교해 매출은 98% 늘었지만 영업이익 증가폭은 2.4%에 불과했다. 영업이익률은 3.2%에서 1.6%로 낮아졌다.
올해부터 실적에 반영되는 모멘티브가 미국, 유럽 등 주력 영업지역에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모멘티브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미국, 독일에서 내고 있고 자동차, 산업재 등 전방산업의 의존도가 높다”며 “모두 코로나19와 연관된 부분으로 당분간 모멘티브 편입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업부문별로 살펴보면 KCC 건자재와 도료부문은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4600억 원, 영업이익 198억 원을 냈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23%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65% 늘었다.
반면 실리콘부문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 7041억 원, 영업이익 8억2천만 원으로 모멘티브 실적이 반영되지 않았던 1년 전과 비교해 매출은 820%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93% 감소했다.
증권업계는 애초 KCC가 모멘티브 편입효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기존보다 각각 2배 가량 뛸 것으로 예상했지만 영업이익 측면에서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 셈이다.
KCC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19년 말 111% 수준에서 1분기 157%까지 늘어났다. 모멘티브 인수에 따라 부채 증가는 어느 정도 예견됐었지만 실적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늘어난 빚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정 회장은 실리콘사업을 KCC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꾸준히 사업확장을 도모해왔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추진했던 유기실리콘사업은 생각만큼 크게 성장하지 못했고 야심차게 도전한 폴리실리콘(무기실리콘)사업도 태양광업황 부진으로 쓴맛을 봤다.
정 회장은 2019년 세계시장 3위 모멘티브를 인수하며 유기실리콘사업에 다시 한 번 승부수를 띄웠는데 올해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악재를 만났다.
KCC 사업부문별 매출 비중은 2019년 말 건자재 및 도료 78%, 실리콘 10.2%에서 올해 1분기 건자재 및 도료 32.5%, 실리콘 61.8%로 완전히 바뀌었다. 그런 만큼 모멘티브의 실리콘사업이 앞으로 KCC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은 지난해 KCC 기말 배당금(443억 원)을 2018년(787억 원)의 절반 이하로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앞으로 상황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며칠 동안 미국 코로나19 확진자는 다소 감소 추세에 있지만 여전히 2만 명대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KCC는 1분기 사업보고서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영업에 미칠 궁극적 영향은 아직 알 수 없고 지속기간, 심각성도 예측할 수 없다”며 “정부나 연결기업의 보호조치로 실질적 영업중단이 일어나고 영업규모도 감소할 수 있다”고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을 적었다.
반면 올해부터 KCC에서 인적분할한 KCC글라스는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KCC글라스는 건자재 가운데서도 유리, 상재, 인테리어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KCC글라스는 1분기 개별기준으로 매출 1650억 원, 영업이익 81억 원을 거두면서 영업이익률이 5%에 근접했다. 부채비율은 1분기 기준 30% 수준이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