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대표이사 사장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작업의 무산상황에서도 금호그룹에 관한 지배력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을까?

12일 금호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HDC현대산업개발에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불발된다면 금호고속을 통해 금호산업 등 금호그룹 계열사를 지배하는 박 전 회장 부자도 경영권 유지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되면 박삼구 박세창의 남은 금호그룹도 위기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왼쪽), 박세창 아시아나IDT 대표이사 사장.


특히 금호산업이 HDC현대산업개발에서 받기로 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매각대금 3200억 원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금호고속이 지난해 4월 KDB산업은행 등에 진 차입금 1300억 원 등을 제때 갚지 못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애초 시장에서는 금호산업이 들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팔아도 금호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금호고속의 자금난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할 것으로 바라봤다.

금호산업은 애초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대금 3200억 원을 확보한 뒤 중간배당이나 자산매입 등 방법으로 자금난을 겪는 금호고속 등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됐다. 

박세창 사장은 지난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대금은 차입금 상환을 비롯한 그룹의 중장기 미래를 위해 사용할 것”이라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 앞으로 그룹 재건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KDB산업은행은 최근 금호고속의 차입금 1300억 원에 관해 만기를 연장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만기연장의 배경을 놓고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이 오고 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산업은행 차입금 상환부담이 여전히 남아있는 데다 코로나19 악영향에 따른 금호고속과 금호산업의 경영 불확실성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악의 상황에는 '금호고속-금호산업-금호리조트' 등 그룹 계열사 사이 연쇄부도가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호그룹 계열사들이 서로 쥐고 있는 지분이나 보유한 자산들은 담보로 설정돼 있거나 담보로 제공돼 있는 것이 많아 한곳에서 자금이 막히면 자칫 연쇄적으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더구나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된다면 금호그룹은 10년 전 재무위기 상황으로 돌아가게 돼 산업은행이 워크아웃을 단행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금호그룹 사정에 정통한 재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불발되면 산업은행이 금호그룹의 워크아웃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과정에서 금호산업이 보유했던 아시아나항공 지분이 소각돼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항공'으로 이어지던 연결고리도 연쇄적으로 끊어져 박 전 회장 일가의 그룹 지배력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호그룹 계열사 가운데 주요 현금창출원 역할을 했던 금호산업으로서도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적 위험을 다시 지게 되는 것이 부담일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말 연결기준으로 부채비율이 1386%까지 치솟았고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운항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금호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박 사장의 위치도 어정쩡한 상황에 놓여있다. 박 사장은 애초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박 전 회장 대신 주력계열사 금호산업을 맡아 금호그룹 재건에 힘쓸 것으로 여겨졌지만 아시아나항공 매각 마무리가 미뤄짐에 따라 여전히 아시아나IDT 대표이사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