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이 아랍에미리트 석유플랜트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를 놓고 발주처와 협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

아랍에미리트 석유 플랜트 공사현장은 삼성엔지니어링의 최대 해외현장으로 꼽히는 만큼 발주처와 향후 어떤 협의를 맺느냐에 따라 향후 실적에 미칠 영향이 클 수 밖에 없다. 
 
[오늘Who]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코로나19  UAE 현장 파장 주시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


12일 건설사 해외투자개발 관계자의 의견을 종합하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코로나19 발생을 불가항력(Force majeure)으로 인정받기 위해 발주처와 협의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불가항력으로 인정되는 부분은 시공계약에 따른 시공사와 발주처의 의무가 모두 중단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시공계약과 별도로 공기연장, 비용보상 등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계약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은 전례가 없었던 사안인 만큼 계약조항상 불가항력에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계약상 불가항력에 포함되지 않거나 협의를 통해 인정받지 못한다면 삼성엔지니어링이 공기연장과 이에 따른 비용 등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플랜트 시공에서 공기연장에 따른 계약상 손해배상 규모는 하루당 보통 수억 원으로 계약에 따라 수십억 원에 이르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사장으로서는 코로나19 발생을 불가항력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상당한 손해를 감수해야 할 수 있는 셈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이 발주처와 원만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최 사장은 아랍에미리트 정부의 지역폐쇄(셧다운)조치 등에 기대를 걸어야 할 수도 있다. 

정부정책 등으로 특정지역 전체의 공사가 중단되면 보통 국제건설계약표준(FIDIC)에 따라 공기연장은 인정하되 비용보전은 해주지 않는 수준으로 시공사와 발주처가 합의하는 것이 관례다.

이는 사실상 시공사와 발주처가 위험을 분담하는 불가항력 인정과 같은 효과를 지닌다. 

싱가포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가 모든 공사현장을 폐쇄했는데 국제건설계약표준에 따라 추후 시공사와 발주처의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석유 플랜트 현장이 있는 아부다비 르와이스 공단은 아랍에미리트 최대 산업공단인 만큼 아랍에미리트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조치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아랍에미리트 석유 플랜트 현장은 3곳으로 발주처는 아랍에미리트 국영석유회사(ADNOC)와 계열사 타크리어(TAKREER)다.

건설사의 한 해외투자개발 관계자는 “르와이스 공단이 아부다비와 멀리 떨어져 있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다는 특성이 있지만 규모와 발주처를 감안하면 아랍에미리트 정부가 현장상황을 주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최 사장은 아랍에미리트 현장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유리한 협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힘을 쏟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 사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글로벌시장 위기에도 기본설계 역량과 EPC(설계·조달·시공)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톱 EPC업체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아랍에미리트 현장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적 현장으로 꼽힌다. 

삼성엔지니어링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 현장에서 발생한 지난해 매출은 1조66억 원이다.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15.8% 수준으로 삼성전자(30.5%) 관련 공사 다음으로 비중이 크다.   

아랍에미리트 현장은 수주잔고도 2조 원 이상 남아 있어 올해 삼성엔지니어링 매출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현재 방역에 역량을 집중하며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직원을 중심으로 아랍에미리트 필수현장만 가동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발주처와 협의는 공개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