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욱 대림그룹 회장이 힘줘 추진하는 미국 대규모 석유화학단지 개발사업이 당분간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은 석유화학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코로나19와 저유가 등 악재가 이어져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이해욱, 대림산업 미국 석유화학 투자 속도조절로 가닥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


6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대림산업은 올해 대규모 투자가 예정됐던 미국 오하이오주 석유화학단지 개발사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림산업은 올해 안에 미국 석유화학단지 개발사업의 구체적 투자규모를 결정하고 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는데 코로나19에 저유가까지 겹치면서 연내 착공이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

대림산업과 함께 석유화학단지 투자에 나서는 태국 PTTGC의 미국 자회사 PTTGC 아메리카는 4월 말 최종 투자결정을 확정할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석유화학단지 개발사업은 에탄을 분해해 에틸렌을 생산하는 에탄 분해시설(ECC)과 이를 활용한 폴리에틸렌 생산공장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연간 150만 톤의 에틸렌과 폴리에틸렌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대림산업이 해외에서 처음으로 진행하는 석유화학공장 건설·운영사업으로 사상 최대규모 투자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대림산업은 현재 국내에서 나프타를 이용해 에틸렌을 생산하는 나프타분해시설(NCC)인 여천NCC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ECC 단지 조성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진입장벽이 높았던 유럽, 남미시장 등 공략도 도모하고 있다.

미국 석유화학단지 개발사업은 처음 투자를 발표한 2018년 1월 기준 상업운전까지 4~5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종 투자결정이 미뤄짐에 따라 시간이 좀더 필요하게 됐다. 

이 회장은 대림그룹 안에서 누구보다 석유화학사업에 이해도가 높은 경영자로 대림그룹 석유화학사업을 키운 1등공신으로 평가된다. 2005년부터 대림산업 석유화학사업부 부사장을 맡아 석유화학사업을 이끌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 대림산업 대표이사 부회장에 올랐다.

2019년 1월 회장에 오른 뒤 더욱 공격적으로 석유화학부문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데 올해도 1조 원 규모의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증권업계는 대림산업의 미국 석유화학단지 투자 지연이 투자심리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림산업은 미국 석유화학단지 투자 지연에 따라 연말로 갈수록 자본구조가 양호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유가로 대림산업의 미국 석유화학사업 투자는 지연됐지만 국내 NCC 사업에는 호재라는 분석도 있다.

셰일가스 기반의 ECC 방식은 낮은 유가로 상대적 경쟁력이 악화하지만 원유 부산물인 나프타 기반의 NCC는 원재료 가격 하락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석유화학부문의 투자를 뒷받침할 건설부문은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대림산업은 건설 원가율 개선과 자회사 고려개발 편입효과 등으로 1분기 시장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영업이익 1조 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림산업은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5094억 원, 영업이익 2902억 원을 거뒀다. 2019년 1분기보다 매출은 8%, 영업이익은 20% 각각 늘었다.

대림산업의 미국 석유화학단지 투자가 미뤄지는 만큼 주주환원정책을 확대할지 여부도 투자자들의 관심으로 꼽힌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 원을 넘었지만 대규모 투자 계획 등에 따라 배당규모는 2018년 658억 원에서 2019년 504억 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코로나19와 저유가 등 현실적 어려움에도 금융조달방안 모색 등 원만한 사업 진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