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2020-05-06 14:4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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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과 이마트 등 대형유통업체들이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제외되면서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게다가 서울시 지원금은 직접적 경쟁관계에 있는 쿠팡과 11번가 등 대형 이커머스업체들에서는 사용할 수 있게 허용되면서 대형유통업체가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 서울 성북구청 긴급재난지원금 추진단 직원들이 4일 현금이 지급되는 기초생활대상자 등과 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 사용할 수 없게 제한되면서 롯데마트와 이마트,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주요 유통업체들은 별다른 수혜를 입지 못하게 됐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내수를 진작하면서도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취지에서 이뤄진 조치다.
하지만 대형유통업체들은 그들의 판매채널에 입점한 곳들도 소상공인인데 단지 ‘대형유통업체’라는 점 때문에 차별당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가 소비 진작과 내수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면서도 그 정책 테두리 안에 대형유통업체가 설자리는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서울시의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은 롯데쇼핑과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에서는 사용하지 못하지만 쿠팡과 11번가 등 온라인쇼핑몰에서는 별다른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허용됐다.
온라인쇼핑에서는 대형유통업체들이 후발주자인 데도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롯데쇼핑과 신세계그룹 등은 뒤늦게 온라인사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규제가 계속해서 대형유통업체를 겨냥한다면 이미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는 더욱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코로나19 지원금 사용처 제한’은 일시적 이슈지만 중장기적으로 현재 정부 및 여당이 대형 유통업체를 규제대상으로 본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는 게 대형 유통업체들의 시각이다.
여당은 복합 쇼핑몰을 향한 규제를 대형마트 수준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또 11월 일몰 시한이 되는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제도’를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도 6월 21대 국회에 발의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상업보존구역은 전통시장과 전통상점 인근 1km 이내에 대형마트 등이 들어설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상인들의 거센 반발 등을 이유로 거절했다.
또 대형마트들이 의무휴업일에 따라 매장 문은 닫더라도 온라인 배송만은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통산업발전법에서 대형마트의 영업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 권한은 지자체에 위임됐지만 사실상 지역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지자체들이 선뜻 자율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기는 어렵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한 달에 두 번 의무휴업을 해야하는 데다 온라인배송까지 금지돼 아무런 제약이 없는 이커머스업체들과 경쟁을 하기 어렵다”면서 “국내 유통 영업환경이 온라인쇼핑으로 점차 대세가 기울어져가는 상황에서 의무휴업일 지정 등은 ‘낡은 규제’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유통업체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문을 닫아도 소비자들은 전통시장을 찾기보다는 온라인쇼핑으로 눈길을 돌리는 상황”이라며 “온라인사업을 확장하려 해도 대형유통업체라는 점 때문에 받는 규제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어야하는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의 규제가 정작 그 취지와는 달리 전통시장과 대형유통업체 사이의 갈등만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영업환경이 전통시장과 대형 유통업체의 경쟁구도에서 벗어나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쟁구도로 들어서면서 기존 대형유통업체들도 생존의 기로에 섰지만 규제는 여전히 과거의 시각에 머물러있다는 것이다.
한국유통학회는 ‘대형마트, SSM(기업형 슈퍼마켓) 규제 정책의 효과분석’ 보고서에서 “디지털시대에 유통사업의 성장판이 변했다”며 “디지털경제에선 생산과 유통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생산, 유통, 소비를 한군데 모은 통합 플랫폼경제가 새 성장판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유통학회는 “플랫폼 또는 오프라인과 디지털 대결구도에서 시장을 봐야 정확한 분석이 가능해진다”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