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중 1명은 파리목숨.’ 국내 주요 기업 임원들의 현주소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1년 사이에 10대그룹 임원 수가 47명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실적부진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많아 연말 임원인사에 한파가 매서울 것으로 전망된다.
◆ 1년 사이 10대기업 임원 5명 중 1명 짐싸
24일 재벌닷컴이 올해 6월 반기보고서를 토대로 자산 상위 10대그룹 주력 계열사 10곳의 등기와 비등기임원을 조사한 결과 1년 전 보다 47명이 줄어든 2585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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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조사대상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이노베이션, LG전자, 롯데쇼핑, 포스코, GS칼텍스, 현대중공업, 대한항공, 한화다.
이 회사들에서 임원 467명이 최근 1년 사이 퇴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420명이 신규 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기업별로 보면 임원 변동은 경영실적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사상 최대적자를 낸 여파로 임원 75명이 짐을 싸 34.4%의 퇴임률을 나타냈다. 현대중공업 임원 3명 가운데 1명 꼴로 임원에서 물러난 것이다. 신규 임원은 33명으로 전체적으로 임원이 42명 줄었다.
조사대상 기업 가운데 2번째로 퇴임률이 높은 곳은 포스코였다. 임원 31명이 퇴임한 반면 21명이 신규 선임돼 임원 10명이 줄면서 32.6%의 퇴임률을 보였다.
SK이노베이션의 퇴임률도 31.2%였으며 신규선임 임원은 8명에 불과했다. SK이노베이션에서 물러난 임원은 24명으로 나타났다.
퇴임 임원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가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에서 1년 사이 임원 189명이 물러났다. 신규 임원은 162명으로 전체적으로 임원 수가 27명 줄었다.
1년 사이 임원이 늘어난 곳은 현대자동차와 LG전자다.
현대자동차에서 40명의 임원이 물러났으나 54명이 새로 선임돼 14명의 임원이 증가했다. LG전자는 임원 퇴임률이 12.4%로 조사대상 기업 가운데 가장 낮다. 1년 사이 39명의 임원이 나가고 44명이 새로 임원에 발탁됐다.
조사대상 가운데 퇴임 임원 평균연령이 가장 낮은 곳은 롯데쇼핑으로 53.1세였다. 그뒤를 삼성전자(53.9세), 한화(54.8세), SK이노베이션(55.0세), LG전자(55.1세), 포스코(55.5세)가 이었다.
퇴임임원의 평균연령이 가장 많은 곳은 대한항공으로 58.4세였다.
◆ 삼성 SK 롯데 연말 임원 인사, '한파주의보’
올해 연말 주요기업 임원인사에서도 대규모 물갈이가 예상되는 곳이 많다.
올해 들어 경영실적이 부진했거나 사업재편이 활발했던 기업들의 상당수가 연말 인사한파가 예고되고 있다. 특히 실적 외에도 지배구조 개편 등 대내외 변수가 임원인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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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 체제 굳히기에 들어가면서 지배구조와 사업재편 작업이 활발했다.
통합 삼성물산 출범으로 비대해진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장급을 포함해 고위임원들 가운데 보직을 바꾸거나 짐을 싸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물산은 '한 지붕 네 가족' 체제로 큰 틀에서 기존 4개 사업부문을 유지하기로 했으나 사업내용에서 중첩되는 곳도 많다. 통합 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에서 각기 운영돼 온 지원부서, 제일모직 산하 에버랜드와 삼성물산에 나뉘어 있는 건설부문이 1차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대대적인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연말 임원급 인사를 앞두고 벌써부터 살생부가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도 올해 연말 임원인사에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올해 SK와 SKC&C 합병을 통해 지주회사 전환을 사실상 마무리 했다.
무엇보다 최태원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한 뒤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기존 수펙스추구협의회 중심으로 안정에 방점을 두었다면 오너경영 체제에서 공격적 모드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총수 일가 경영권 분쟁으로 파란을 겪은 롯데그룹도 올해 재계 임원 인사의 ‘태풍의 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경영권에서 승기를 잡으면서 올해 연말 인사에서도 인적쇄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 아직 진행 중이긴 하나 신 회장이 실질적 권력자로 전면 부상한 만큼 올해 연말인사에 태풍이 불 수 있다”며 “특히 세대교체가 본격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