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의 매각을 놓고 난감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최근 송현동 부지를 매입해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부동산 개발회사들의 관심이 줄어 제값을 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5일 부동산 개발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 매입에 가장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시는 3월 송현동 부지를 매입해 공원을 만들겠다고 이미 밝혔다. 최근에는 공개 입찰을 통해 이 땅이 부동산 개발회사 등에 팔리더라도 공원으로 지정해 수용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를 확보하겠다는 확고한 태도를 보임에 따라 매입에 관심을 보였던 부동산 개발회사들도 손을 뗄 수 있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대한항공은 삼정KPMG와 삼성증권을 매각주관사로 정하고 송현동 부지의 공개입찰을 진행하고 있는데 최근 몇몇 부동산 개발회사들의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송현동 부지는 고도제한 16m가 적용되는 지역이지만 3층 이하의 고급 단독주택 단지 등으로 개발할 여지는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업계 관계자는 “대형 부동산 개발회사 몇 곳이 송현동 부지와 관련해 삼정KPMG와 접촉해왔던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서울시가 매입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일반 매입은 사실상 어려운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업계에서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서울시에 송현동 부지를 팔더라도 제값을 받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적 용도로 매각하는 부동산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값이 매겨진다.
송현동 부지의 가격은 지난해 말 공시지가 기준으로 3100억 원가량으로 추산되는데 업계에서 바라보는 매각 추정가인 5천억 원 수준과 차이가 있다.
부동산 개발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공시지가 기준으로 송현동 부지를 팔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지방자치단체가 수천억 원을 들여 기업의 부동산을 직접 매입한 사례를 찾기 힘든 데다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등으로 재정부담이 커진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 매입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부동산 개발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는 보통 기업 재산을 수용할 때 이에 상응하는 각종 사업권이나 인허가권을 내주는 사례가 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현금이 급한 대한항공이 서울시의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부동산 개발회사가 송현동 부지를 대한항공으로부터 매입한 뒤 서울시로부터 사업권 등을 받고 재매각하는 방안도 가능하지만 매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취득세 등을 감안하면 현실적이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를 매입하겠다는 뜻을 이어간다면 대한항공으로서는 송현동 부지를 제값에 팔 수 있는 방안을 찾기 힘든 셈이다.
대한항공은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송현동 부지 3만6642㎡를 2900억 원에 사들였다.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에 7성급 관광호텔을 세우려 했지만 서울시와 문화재위원회 등의 인허가를 얻지 못해 10년 넘게 빈터로 방치해왔다.
송현동 부지는 북촌지구 단위계획구역으로 고도 제한 16m, 건폐율 60% 이하, 용적률 150% 미만의 기준을 지켜야 한다.
인근에 풍문여고와 덕성여고 등이 있어 학교 주변에 호텔 등을 세울 수 없다는 학교보건법의 적용도 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