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는 올해 4분기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면역결핍증 치료제 IVIG-SN 10% 용량의 바이오의약품 품목허가(BLA) 신청서를 제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IVIG-SN은 선천성 면역결핍증,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 등에 사용되는 혈액제제다.
사람의 혈액에서 혈청을 추출한 뒤 이 가운데 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활용해 만든 치료제다.
GC녹십자는 6년째 IVIG-SN의 미국 수출을 추진하고 있지만 번번이 쓴잔을 마셔왔다.
GC녹십자는 201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IVIG-SN 5% 제품의 품목허가를 신청해 심사를 받았다. 그러나 2016년 11월과 2019년 9월 연거푸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제조공정 자료를 보완하라는 공문을 받아 허가가 지연됐다.
허 사장은 IVIG-SN 5% 제품의 미국 허가가 쉽지 않자 시장성이 높은 고농도의 10% 제품으로 방향을 바꿨다.
미국 IVIG-SN시장에서 10%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이르는 만큼 시장성이 큰 제품부터 허가를 준비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미국의 혈액제제시장은 약 220억 달러(25조5천억 원) 규모로 세계 혈액제제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에서 혈액제제 가격은 국내보다 4배 정도 높게 형성돼 있어 GC녹십자로서는 수익성을 대폭 높일 수 있다.
이 때문에 IVIG-SN의 미국 수출은 ‘GC녹십자 창립 이래 최대 프로젝트’라고 불릴 정도로 허 사장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GC녹십자가 올해 말 IVIG-SN 10% 제품의 바이오의약품 품목허가(BLA) 신청서를 제출하면 2021년 하반기에는 시판허가를 획득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2020년 GC녹십자의 성장동력은 IVIG-SN 10%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GC녹십자는 최근 2년 동안 실적부진을 겪고 있어 새 성장동력이 절실해지고 있다.
2018년에는 독감백신의 부진으로, 2019년에는 수두백신의 부진으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각각 44.5%, 19.7% 떨어졌다. 올해 1분기에는 실적이 다소 개선됐지만 코로나19로 비필수 의약품의 수요가 일시적으로 감소하며 당초 시장 기대치에는 못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GC녹십자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며 순차입금도 2015년 말 194억 원에서 2019년 말 3599억 원까지 증가했다.
결국 최근 GC녹십자는 자회사 GC녹십자엠에스를 통해 운영하던 혈액백사업을 매각하기로 하는 등 사업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혈액백사업은 한때 연매출 200억 원을 내던 알짜사업이었지만 입찰 담합이 적발돼 2년 입찰 제한이라는 조치를 받으면서 기존 매출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IVIG-SN의 미국 허가 지연에 따른 성장 공백을 기존 사업부가 메우지 못하면서 GC녹십자는 이익 신장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허 사장은 IVIG-SN 10%의 미국 진출이 5%보다 훨씬 수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VIG-SN 10%는 GC녹십자가 IVIG-SN 5%의 허가를 미국 식품의약국에 신청한 직후인 2016년부터 임상을 시작했다. 임상 과정에서 미국 식품의약국과 협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IVIG-SN 5%를 신청할 때보다는 경험과 노하우가 훨씬 쌓였다.
또 임상을 끝낸 뒤 공정 업데이트가 2번이나 된 IVIG-SN 5%와 달리 IVIG-SN 10%는 임상할 때의 공정 그대로 품목허가 자료를 제출하기 때문에 제조공정 자료를 보완하라는 요청을 받지 않을 공산이 크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IVIG-SN 고농도 제형은 성공 가능성이 높다”며 “IVIG-SN이 미국에 진출할 때까지 당분간 GC녹십자를 향한 실적 기대치는 낮춰야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